[부산 건설사 열전]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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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한 우물만, 가치의 건축에 무게"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은 "한 우물을 파는 건 도(道) 닦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학창 시절 성적이 고만고만했다. 상 타본 적이 없다. 노래나 웅변도 못 했다. 특출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 가지만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내겐 그게 건설업이었다. 세상엔 여러 우물이 널렸다. 그중 한 우물을 판다는 것, 그건 도 닦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한길을 잡고 뚜벅뚜벅 가다 보면 길을 제대로 알게 된다. 도(道)가 길 도인 이유라 여긴다."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이 강단에 설 때 자주 건네는 말이다.

1973년 설립 올해 43년째
신용 A-, 재해율 0.28%
시공능력 지난해 전국 63위

건축의 예술성 갈증 풀려
'부전교회 비전센터' 시공
건축문화제 8년 이끌어

"가덕신공항 가용성 측면
내륙 공항보다 이점 많아"


경동건설 성장도 그렇다. 1973년 설립했으니 올해로 43년째다. 도중에 시련과 좌절이 숱했다. 석유 파동,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등. 하지만 묵묵히 견뎠고 어느 새 부산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경동건설의 재무구조는 역시나 탄탄하다. 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데이터의 신용등급은 A-등급. 재해율도 낮다. 0.28% 수준으로 전국환산재해율(0.45%)보다 한참 아래다. 시공능력평가는 꾸준히 전국 100위권 내다. 2012년 87위, 2013년 72위, 2014년 59위, 지난해 63위였다. 시공능력평가액은 4천억 원대 안팎.

이 같은 실적 배경을 두고 김 회장은 '시대 덕분'이라 했다. 경동건설이 사업을 시작할 때 한국엔 산업화 물결이 거셌다. 양적 팽창 시기였다. 그 수혜를 건설업이 누렸고 경동건설도 한발씩 나아갔다. 학교 공사를 많이 맡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수주량이었다. 부산 학교 건물 중엔 경동건설 손이 안 간 데가 별로 없을 정도.

그랬던 환경이 이제 급변했다. 호시절이 지났다. 사회간접자본이 얼추 갖춰져서다. 해서 관급공사나 도급으로 먹고살던 습관을 바꿔야 할 때란다. 그게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란다. 경동건설은 건설과 관련된 레저나 서비스 분야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경동건설이 지금 공력 들이는 현장이 있다.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 공사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옛 송월타월 공장부지에 들어선다. 단일 건축물로는 전국 2번째 규모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 배를 형상화한 외형이다. 설계는 경희대 이은석 교수가 했다. 공정률은 75%대. 올 연말께 완공된다.

사실 이 공사는 돈 되는 일이 아니다. 공사비 1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일한다. 그렇다면 왜? 건축인으로서의 소명감이 작용했다. 예술성 갖춘 건축물에 대한 갈증이다.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를 바라보는 건축업계와 건설업계의 시선은 벌써 뜨겁다. 제대로 된 건축물의 탄생을 기대해서다. "돈으로 짓는 건물과 가치로 올리는 건물. 둘의 깊이는 다르다.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는 후자다. 그리고 경동건설 최고의 작품이다." 김 회장 집무실 한쪽 벽엔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 투시도 2장이 소중히 걸려 있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전교회 글로컬 비전센터' 투시도.
경동건설은 건설보다 건축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김 회장도 자신을 소개할 때 CEO(최고경영자) 대신 건축인을 더 앞세운다. 감투를 꺼려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집행위원장직은 8년이나 맡았다. "도시를 꾸미는 장식물이 건축이다. 아름다운 건축이 주는 좋은 기분. 부산 시민이 그 즐거움을 느끼는 데 미력을 보태고 싶다." 경동건설이 2007~2009년 3년 연속으로 부산시가 선정하는 '부산다운 건축상'을 수상한 게 이상할 게 없다.

경동건설은 10여 년 전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는 부산을 비롯해 거제와 창원 등지에 1천800세대를 공급했다. 부산 서구 토성동 재건축아파트 '경동리인타워' 452세대와 해운대구 우동 '센텀경동리인' 232세대는 큰 인기 속에서 분양을 완료했다. 올해는 3천 세대쯤 된다. 지난 2월과 3월 내놓은 부산 동래구 낙민동 '온천천 경동리인타워'와 김해 신문동 '장유 경동리인 하이스트' 외에 하반기쯤 '장유 경동리인 2차'(가칭)와 남구 문현동 '문현 경동리인'(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많은 건설사가 그렇듯 경동건설도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예의 주시한다. "국토 가용 면적 손실을 줄이는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좁은 국토에 내륙 공항은 안 맞다. 비행기가 뜨고 앉으려면 많은 땅이 요구되는데, 내륙 공항을 만들려면 많은 땅을 깎고 없애야 한다. 가덕도처럼 바다를 껴야 공사비가 덜 들고 땅 손실이 적다." 김 회장의 신공항론이다.

2016년 한 해는 경동건설에 어떤 해일까. 별 게 없다고 했다. 그저 예년과 같이 최선을 다하는 해란다. 중장기 전략도 마찬가지다. 경영철학 물음에 '감·인·대(堪·忍·待)' 석 자를 내놓는다. 견디고 참고 기다려라. 한 스님이 김 회장에게 선물한 액자 글귀이기도 하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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