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연기 12년, 이제 시동 좀 걸어보려고 키 꽂았죠"(인터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배우로서 얼마나 왔냐고요? 아직 가지도 않았어요. 이제 시동 좀 걸어보려고 키 꽂았죠.”(웃음)
 
호탕하게 웃는다. 웃을 때 휘어지는 부드러운 눈은 무뚝뚝한 인상을 단박에 깨트려 버린다. 이처럼 웃음과 무표정 사이, 반전 매력을 가진 이는 2004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 생활만 12년째인 배우 김동영이다.
 
아직 팔팔한 20대. 어린 시절 데뷔해 수많은 단역과 조연을 거친 김동영은 연기 생활을 오랜 기간 했음에도 흔히들 말하는 ‘스타’가 되지도 못했고, 배우로서 높은 인지도를 쌓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이 많이 따라다녔을 법도 하지만 “기술이 없어서 연기 아니면 할 게 없다”고 유쾌하게 답한다.
 
여러 작품을 거친, 영화 현장에서도 이제는 잔뼈가 굵은 김동영이지만, 만족은 없다. 그는 “모든 걸 하고 나서는 항상 아쉽다. 이미 결과는 나와 있고, 모든 일이라는 것도 만족할 수가 없다.”고. 그런 그가 어떻게 연기에 입문하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자 하는지 들어봤다.
 
■ "연기 시작이요? 학교 가기 싫어서…."
 
“처음부터 연기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연기학원을 보내서 5학년 때까지 다녔죠. 연기의 ‘연’ 자도 몰랐던 시기예요. 그러다가 우연히 중학교 3학년 때 엄마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말죽거리 잔혹사’ ‘꽃 피는 봄이 오면’에 캐스팅 돼서 그 뒤로 연기를 계속하게 됐어요.”
 
연기의 ‘연’자도 몰랐다던 그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 아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강인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는 대선배 최민식 등과 함께 연기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때부터였다. ‘타의’로 영화 바닥에 발을 들인 김동영이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김동영은 “‘꽃 피는 봄이 오면’을 찍으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좋았다”며 “모두 형과 누나들이었다. 어린애가 쫓아다니니까 다들 귀여워 해주고 그랬다. 연기하면 감독님이 잘한다고 해주니까 ‘이런 맛이 있구나’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부터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동영은 촬영 현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 공문을 제출해야 했다. 영화 촬영을 위해 학교를 합법적으로 빠지겠다는 내용의 공문이다. 이에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단순히 학교를 안 가는 게 좋았던 건 아니냐”고 묻자, “그 이유도 컸다”며 웃었다. 김동영은 “예술고도 아니고 인문계 고등학교였다”며 “예를 들어 1일부터 11일까지 촬영이면 제작부 누나에게 가서 15일까지 공문을 해달라고 졸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학교에서 제가 영화 촬영하는 것을 되게 싫어했어요. 특히 제가 고등학교에 갈 때는 소위 ‘뺑뺑이’로 학교가 선택됐죠. 원래 동네도 아니고 다른 동네로 떨어졌어요. 친구들은 집 근처 고등학교로 갔고, 저만 버스 타고 학교를 다녀야 했어요. 당시 제가 영화 촬영 때문에 머리도 좀 길게 하고 염색도 하고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는 그런 거 인정 안 해준다’며 ‘전학 가라’고 하셨죠. 저는 대뜸 전학 보내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전학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명문으로 소문난 휘문고등학교를 다녔지만 학교와 공부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영화 촬영을 인정해주지 않던 학교 선생님들이었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개봉이 다가오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그는 “버스에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며 “거기에 최민식 선배님이랑 제 얼굴이 같이 나오니까 선생님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절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도 다가와서 잘 봤다고 해주시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된 김동영은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 김동영, '남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데뷔 이후로도 김동영이라는 이름을 대표할 만한, 캐릭터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포기하지는 않았다. 크고 작은 영화들에 단역과 조연 등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왔다. 그중에는 영화 ‘마음이’ ‘글러브’ ‘완득이’ ‘끝까지 간다’ 등 유명한 작품들도 다수 포함됐다. 그리고 기회를 만났다. 큰 흥행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주연으로 우뚝 선 것.
 
영화 ‘위대한 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갑덕(안재홍)과 남준(김동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김동영은 안재홍과 함께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 역할을 해냈다.
 
공부에 큰 뜻이 없는 다가 어쩐지 불량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속정은 따뜻한 남준은 김동영의 학창시절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다. 약간은 흐리멍덩한 눈빛에 다정하지 않지만 툭툭 내뱉는 말에는 상대를 향한 애정이 담긴 ‘츤데레’ 남준. 김동영의 실제 말투와도 비슷하다.
 
김동영은 “남준이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그래서 감독님하고 남준 캐릭터를 얘기할 때 편하게 제 이야기들을 많이 말씀드렸더니 저랑 닮은 점이 많아서 좋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캐릭터의 성격과 실제 모습이 비슷한 것은 고등학생 남준 역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고등학생 역할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동안 외모도 한몫 거든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치고는 이른 나이인 스물네 살에 군대도 다녀왔건만, 여전히 고등학생이 어울린다. 하지만 이는 남자 배우로서 넘어야 할 고민으로도 직결된다.
 
김동영은 “남자 배우는 너무 어려 보이면 성인이냐, 어린 역할이냐 그 나잇대를 잡기가 애매한 것 같다”며 “서른다섯은 넘어야 성인 연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남자 배우들은 늘 하는 고민일 것”이라면서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대중들에게 연기를 보이면 연기적으로도 인정받을 나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른은 넘어야 경험과 같은 연륜이 있어 보이지 않을까. 어쨌든 지금의 나도 서른은 넘어야 뭔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의 진지한 고민도 내비친 그는 이제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보여주던 선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 외에도 영화 ‘무수단’에서 노일권 병장 역을 맡아 실감 나는 말년 병장 연기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의 다양한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영화를 보고 좋아해 주면 좋다”고 웃은 김동영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창창한 배우다.
 
“소중한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왔어요. 앞으로도 더 쌓아야 하고, 배울 것도 많죠. 이제 대중들이 저라는 사람을 봤을 때 ‘아, 저 친구는 연기 잘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제가 뭘 연기할지 궁금해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사진=강민지 기자
 
유은영 기자 ey20150101@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