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니까요."
배우 김소현은 올여름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었다. MBC '해를 품은 달', SBS '옥탑방 왕세자' 속 앳된 모습도, 영화 '순정' 속 청순가련한 모습도 아니다. 교복을 입어도 성숙미가 우선했다. 그랬던 그녀가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열여덟 소녀다운 '발랄함'을 입었다.
김소현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지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발랄한 캐릭터"라며 "처음으로 그런 캐릭터를 만나서 그런지 지난 3개월 동안은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움 이면엔 어색함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앞선 작품 속 인물들에 익숙해졌던 탓이다. 김소현은 "밝은 역할을 갑자기 하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정말 쉽지가 않더라"며 "그저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극 중에선 이런 그녀의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현지는 퇴마사 봉팔(옥택연)과의 풋풋한 로맨스 속에서 남부럽지 않은 '애교쟁이'였다.
지난 두 달간 김소현은 카메라 앞에서 늘 귀신이어야 했다. 특히 녹록치 않았던 건, 현지가 가지는 캐릭터적인 독특함. 사고로 죽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지만, 정작 봉팔에게는 살아있는 사람과 다름 없는 인물이었다.

김소현은 "혼란스러웠다"고 말하며 "현지는 분명히 귀신이지만, 진짜 사람처럼 행동해야하는 인물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자신을 믿기로 했다. 그녀는 "기존에 가졌던 '귀신'에 대한 편견을 다 없애 버렸다"고 웃으며 "그저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귀신이라는 드라마적 설정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싸우자 귀신아'는 달달한 로맨스다. 극 중 옥택연과 함께 그려냈던 풋사과 같은 사랑 말이다. 특히 11살에 이르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대 차이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오래된 노래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내가 모르는 것들을 오빠는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웃음). 오빠가 저에게 많이 맞춰주려고 했고, 저도 나이에 비해 성숙한 편이기 때문에 다행히 차이가 적었던 것 같아요."
또 한가지. 김소현은 '싸우자 귀신아'에서 또 다시 OST 작업에 참여했다. 드라마 '리셋' '수상한 가정부'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김소현은 "처음에는 '불러 보겠느냐'고 이야기를 듣고 얼떨결에 참여했는데 그게 두 번, 세 번이 됐다"고 웃으면서도 "앞으로 이벤트성으로는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과도기의 중심에서
김소현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일찍이 배우로서의 행보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학업을 놓치고 싶은 건 아니다. 홈스쿨링을 통해 학생으로서의 본분도 가져가고 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더라고요. 틈틈이 하려고 해도 중간중간 작품이 들어오니까."
그러면서 김소현은 "한국사는 꼭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준비하고 있다"며 "사실 '싸우자 귀신아'를 촬영하면서 아직 진도가 많이 못 나갔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실제로 김소현은 정말 바빴다. 1년에 못해도 두세 편의 작품에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공백기를 가지기가 불안한 것도 있다. 왠지 모르게 감을 잊을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아직은 쉬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다 보니 때론 경험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고. 김소현은 "실제 경험하지 못한 부분도 자신감을 가지려고 항상 노력하는 편"이라며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되더라. 최대한 역할을 나에게 투영시키려고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지금이 배우로서의 과도기다. 이번 작품에서는 제법 성숙한 모습으로 아역의 티를 벗었지만, 스크린에서는 다시 아역으로 나서기도 했다. 뒤집어 생각해본다면, 카멜레온처럼 작품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다채로움'이 그녀의 무기 아닐까.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다른 것보다도 대본을 보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은 거의 할 수 있었거든요. 복 받았죠. (웃음). 계속 지금처럼 시청자분들과 함께이고 싶어요. 세월을 같이 보내고 싶은 배우처럼."
사진=싸이더스HQ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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