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청춘시대'에서 만난 0%의 기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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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였어요."
  
드라마 '청춘시대'의 대본을 처음 접한 박은빈은 고민했다. '여자 신동엽'이라는 확실한(?) 캐릭터 콘셉트에서도 알수 있듯, 그녀가 해야 할 송지원은 음담패설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인물이다. 
 
박은빈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다를 수 있다고 각오했지만, 그 이상이었다"며 "접점이 전혀 없는 0%였다. 그렇다고 박은빈과 송지원을 완전히 분리해서 연기할 수도 없고"라고 돌아봤다.
  
단 0.1%의 여지도 주지 않았던 박은빈이 작품에 녹아들 수 있었던 건 드라마를 관통하는 '공감'이었다. 외모부터 성격, 연애 스타일까지 각기 다른 5명의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그리는 이야기는 우리 삶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시청자를 설득했다.
 
박은빈도 송지원에게 '공감'했다. "2달간 촬영하면서 내가 송지원에, 송지원이 나를 닮아갔다"고 말한 그녀는 "어떤 점에선 시원시원한 송지원의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송지원이) 내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드러냈다.
   


■ '꽁냥꽁냥' 워맨스
 
박은빈 박혜수 류화영 한승연 한예리. 올여름 '청춘시대'를 이끈 주역들이다. 흔한 그림은 아니다. 전개에 있어 불가피한 남성 출연진을 제외한다면 드라마는 이들로부터 시작돼 이들로 끝났다.
 
"남성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노출됐어요. 그래서 '청춘시대'와 같은 작품들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들만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풀어가는 삶을 담았으니까요. 대중도 그런 면에서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요."
   
여자 다섯 명이 함께한 촬영 현장. 생소한 광경인 만큼 보통의 촬영장에선 볼 수 없는 모습도 있지 않았을까.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박은빈은 곧바로 추억담을 꺼냈다.
 
그녀는 "마침 드라마 세트장부터 특이했다. 대개는 사방이 뚫려있는데, 정말 집 같았다. 천정도 막혀있고 물도 나오고 가스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박은빈은 "촬영하다가 대사가 없으면 그대로 함께 잠을 자기도 했고,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며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들춰냈다. 촬영은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작품으로 똘똘 뭉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은빈은 "다섯 명만 있는 단체 메시지 방이 있다"며 "안부를 묻고 일상이 담긴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사적으로 만나기 위한 스케줄을 조율 중"이라며 웃었다.
 
시즌2를 기대해도 좋을까. 시청률에선 그리 높지 않은 지표를 나타냈지만, 애청자들에게 전해진 파급력은 그와 별개였다.
 
"사실 송지원이 속사정을 가진 캐릭터인지, 작품에 명쾌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요. 그래서 궁금해요. (웃음). 시즌2가 나온다면 다시 한 번 명쾌하게 풀어보고 싶네요."
  

■ 연기도 연기지만…
 
"드라마는 단기간에 찍을 수 있지만, 영화는 한정 없는 로케이션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학생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죠."
  
스크린에서의 그녀에 대해 이야기 하던 참이었다. 아역 시절부터 20년간 연기를 해온 박은빈이지만 영화 작품의 수는 손에 꼽힌다. 그런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작품 활동에 맞춰, 학업을 조율하는 대개의 배우와는 다르다.
 
박은빈은 "어렸을 때부터 든 생각은 꼭 배우만을 꿈꿔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5세부터 연기를 해왔지만, 미래는 열어놓고 있다. 지금은 연기가 즐겁지만 언젠가 즐거워지지 않으면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차의 연기 경력과는 걸맞지 않게(?) 박은빈도 아직 25세의 여대생이다. 결국, 알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시대' 속 그녀들의 모습이 아닐까.
 
"지금은 고민하는 시기 아닐까요. 20대의 중반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 같아요.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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