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페스티벌-악기야 놀자'] 2000개의 선율이 모이다, 시민들의 열정이 모이다
지난 4일 '악기야 놀자' 축제가 열린 부산시민공원 국제아트센터 부지에서 시민합주단 2000여 명이 연주하고 있다. 노란 셔츠는 오카리나, 파란색은 기타, 보라색은 리코더 파트. 부산문화재단 제공부산일보는 2013년 '시민이 문화다' 연중 기획을 40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 바 있다. 시민이 수동적으로 문화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생각을 예술로 표현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었다. 시민의 자발성과 창조성이 도시의 문화적 토양을 더 풍성하게 하고, 품격을 드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4년이 지나 축제의 장이 열렸다.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생활문화 동아리와 개인 참가자들이 모여 대합주를 벌인 것이다. 무려 2000명이다. 지난 4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감동의 잔치 마당을 기록했다.
부산시생활문화센터 건립 기념
시민공원서 시민 2000명 대합주
남녀노소 어우러져 22곡 연주
악기 점검·수리 및 연주 체험 등
무대 주변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
■여덟 빛깔 무지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산시민대합주는 오후 3시로 예정됐지만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각 악기 파트별 연습이 잡혔다. 한 파트 안에도 작은 동아리 여러 개가 모이는 데다 개인 참가자도 섞이기 때문에 전체가 모여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당일 오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뒤 오후 1시부터 2시간은 전체 리허설이 예정돼 있었다.
'생활문화 네트워크 페스티벌-악기야 놀자'는 옛 청자빌딩에 부산시생활문화센터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념해 이번에 처음 열렸다. 1918년 한성은행 부산지점으로 지어진 청자빌딩은 내년이면 100년이 된다.
이날 축제에는 오카리나(600명), 하모니카(310명), 색소폰(220명), 우쿨렐레(200명), 리코더(200명), 기타(135명), 오케스트라(200명) 등 악기 연주자와 120여 명의 시민 합창단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8개 파트별로 색깔을 달리 제작한 티셔츠를 입었다. 마치 무지개 같았다. 셔츠 뒤에는 파트를 상징하는 귀여운 그림이 그려졌다.
악기 특성에서도 드러나지만 합주단은 남녀노소가 모두 뒤섞여 있었다. 리코더는 어린이와 청소년, 기타와 우쿨렐레·색소폰·오카리나는 주로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합창은 장년 이후 어르신 세대가 주를 이뤘다.
연주곡목도 대중이 친숙하게 부르는 가요가 주를 이뤘다. 부산갈매기, 찔레꽃,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잊혀진 계절 등 22곡이 연주됐다.
연습 중간 쉬는 시간에 합주단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가장 많은 참가자를 기록한 오카리나 파트 참가자 대표 박종근 씨는 "부산은 물론 울산, 경주 등 영남권 전역에서 50여 팀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32년 전 일본에서 수입돼 온 오카리나를 우연히 구매해 불다가 스스로 오카리나를 만들어 불어보고 보급을 시작했다"며 "교사 오카리나 합주단과 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보급했는데 오카리나 연주자가 오늘 가장 많다고 하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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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이상 실버합창단 단원이 대부분인 120여 명의 합창단이 부산을 상징하는 가요 '부산갈매기'를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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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 체험 부스에서 합주단 참가자들이 전자 드럼을 쳐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