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세운 고당봉, 이번엔 ‘현수막 테러’
지난 13일 금정산 고당봉 표석에 가로 50㎝, 세로 1m 크기의 현수막이 무단 설치된 모습.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부산시민들의 뜻을 모아 금정산 정상에 설치된 고당봉 표석이 ‘현수막 테러’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누군가에 의해 거울이 설치되는 등, 고당봉 표석이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반대 목적
무속인 행위 추정… 區, 순찰 강화
잇단 훼손에 대책 마련 힘들어
15일 금정구청과 ㈔범시민금정산보존회(이하 보존회)에 따르면 주말이던 지난 13일 금정산 고당봉 표석에 가로 50㎝, 세로 1m 크기의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한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수막에는 ‘금정봉(金井峯)’이라는 한자와 함께 ‘이 돌이 깨어 부수어지는 그 날까지 떨지 마시라’ ‘앞뒤 사진을 찍어 알려주십시오’ 등이 적혀 있었다.
보존회는 신고 다음 날인 14일에 고당봉에 부착된 현수막을 제거했지만 고당봉 표석 곳곳에는 노란색 본드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막기 위한 무속인의 행위로 추정하고 있다. 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과거에는 금정산에서 무속 행위를 하는 곳이 수백 곳에 달했지만 시민단체와 부산시, 지자체의 노력으로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금정산 국립공원이 추진되면 남은 공간마저 뺏길 것으로 생각한 일부 무속인이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당봉이 ‘테러’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누군가 고당봉 표석에 거울을 설치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거울이 표석 뒤편의 축문을 완전히 가리면서 ‘고당봉의 지세를 누르기 위한 무속 행위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고당봉 훼손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정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고당봉 표석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되지 않고, 산속이라 CCTV도 없어 범인을 찾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구청은 임시 방편으로 고당봉 표석을 훼손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인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다.
고당봉 표석은 2016년 기존 표석이 낙뢰에 맞아 파손되자 시민 성금을 모아 다시 세운 것이다. 당시 캠페인을 시작한 지 닷새 만에 후원금이 1억 30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