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첫 헌재 전원재판부행 사건 ‘이목’
'외국 선박 충돌 사건' 다시 재판
재판관 9명 전원 참여 재심리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날라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부산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실질적인 재판 한 번 받지 못하고 패소 위기에 놓인 외국 선박 기업의 재판소원 신청을 헌재가 받아 들였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불복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후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된 첫 부산 사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외국 법인 A 사가 부산고법과 대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헌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정식 재판에서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22년 10월 26일 부산항에서 발생한 외국 선박과 하역기(크레인) 충돌 사고다.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한국남부발전 측은 A 사를 상대로 부산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문제는 소송 과정에서 발생했다. 1심 재판부인 부산지법은 외국에 있는 A 사에 소송 서류를 보내기가 어렵자, 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붙여두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다. 한국에 직원이 없던 A 사는 재판이 열린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난해 8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문 역시 공시송달로 처리돼 그대로 재판이 끝나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사는 지난해 10월 부산고법에 “뒤늦게 알았으니 다시 재판해달라”며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했다. 추후보완항소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넘겼을 때, 늦게나마 재판을 다시 청구할 수 있도록 구제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엔 항소이유서 제출 시일 상의 문제로 ‘항소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과 A 사가 마감일을 각각 하루 다르게 계산한 것이 화근이었다. A 사는 억울하다며 대법원에 즉시 항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제대로 된 심리도 하지 않은 채 기각했다.
결국 A 사는 한 번도 변론해 보지 못하고 최종 패소할 위기에 몰리자 지난달 23일 “부산고법과 대법원의 결정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이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변호는 부장판사 출신의 한상곤 변호사(작은정의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한 변호사는 “항소이유서를 제때 내지 않으면 무조건 재판을 끝내버리는 민사소송법 조항이 판사의 재량권을 뺏고 피해를 야기하는 독소 조항이 된 것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