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폐기·동결자산 해제…2차 협상 험로 예고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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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명 뒤 본협상 돌입, 핵 폐기·동결자금 해제 최대 쟁점
미국은 ‘완전 비핵화’, 이란은 ‘제재 해제·자산 반환’ 요구
외신 “평화 완성 아닌 임시 휴전”…갈등 재연 가능성도


14일(현지시간) 이란에서 한 어린이가 국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건물 위로 이란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UPI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란에서 한 어린이가 국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건물 위로 이란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지만, 완전한 종전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양측은 오는 19일 MOU 서명 이후 60일 본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원하고 이란은 대규모 동결자금 조기 해제와 제재 완화를 각각 요구하고 있어 이견이 큰 상황이다. 핵심 쟁점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가면서 MOU 체결 이후부터 양국은 더 치열한 ‘2차 협상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란 반(半)관영 메르통신은 14일(현지 시간) ‘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의 전략 고문’인 모하마디를 인용해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국 입장이 담긴 MOU 초안을 공개했다. 이란이 공개한 이 합의문에 따르면 양국은 이 기간에 핵 문제와 관련한 최종합의, 그리고 미국이 부과하는 대이란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목표로 본격적인 세부 협상에 돌입한다.

합의문 초안에는 이란이 24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동결 자산 절반을 돌려받은 뒤 나머지 절반을 60일 협상 중에 돌려받는 방안을 두고 교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이 기간에 우라늄 농축 중단,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대이란제재 완화, 이란의 경제 재건 프로그램을 두고 협상한다. 이란의 미사일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문제로 꼽힌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등 모든 핵물질의 즉각적인 국외 반출(제3국 이전), ‘영구적 폐기’와 향후 이란 영토 내에서의 핵물질 농축 활동 원천 금지라는 초강력 사후 통제 장치의 제도화를 요구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번 합의가 이란에 대한 “핵무기 확보 차단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농축 우라늄의 국내 보유와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은 포기할 수 없는 주권이라고 강조한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핵시설 확장 등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MOU에 따라 즉각 취해야 할 관련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그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평화적 목적이며, 핵무기를 추구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반복했다. 특히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에서는 자국 안보를 이유로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스라엘이라는 변수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란 자금 동결 해제 문제도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난으로 올해 초 반정부 시위를 경험했던 이란은 동결 자금 해제를 통한 즉각적인 자금 유입을 원하고 있다. 동결자금 반환 문제는 이란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측은 해외에 묶인 자산 가운데 절반을 합의 이행 초기에 해제하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동결자금을 이란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마지막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조건 없는 동결자금 해제 대신, 이란의 비핵화 조치 등 이행 수준에 따라 동결 자금을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방안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핵 조치와 제재 완화의 순서 등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이번 MOU 체결은 평화의 완성이 아닌 60일짜리 한시적 휴전 조치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외신과 미국 의회는 양측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언제든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국이 앞으로 60일 동안 세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틀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28일 시작된 전쟁 초기에 제시했던 목표 가운데 상당수를 달성하지 못한 채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강경파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으며, 미국이 전쟁 이전보다 전략적으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은 이날 합의가 발표된 후 소셜미디어 엑스에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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