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아재 대신 2030이 점령…‘산이 젊어진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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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의 등산 열풍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젊은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젊은 층의 등산 열풍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젊은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산 정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형형색색의 아웃도어룩으로 무장한 중장년층 대신 기능성 레깅스를 입고 ‘정상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는 20~30대 젊은 층들이 등산의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젊은 층의 등산 열풍에 불씨를 지폈다.

직장인 이해리(여·30) 씨는 24일 아침부터 집 근처에 위치한 장산을 올랐다. 산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은데다 도심과 가깝고 트레킹 코스도 잘 마련돼 있는 장산은 이 씨와 같은 ‘등린이’(등산과 어린이의 합성어)에게 인기가 좋다.

이날 장산 정상에는 주말을 맞아 등산에 나선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정상석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면 몇 분씩 줄을 서야만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장산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금정산과 황령산, 백양산 등 부산을 대표하는 주요 명산들에서 등산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등산 풍경

아웃도어 대신 레깅스·셀카봉 무장

인증샷 찍어 SNS 공유도 활발


2030 등산객은 복장에서부터 기존 등산 마니아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레깅스를 애용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여성은 레깅스 위에 반스타킹을 착용하기도 하고, 남성의 경우 반바지 밑에 레깅스를 입기도 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스포츠 티셔츠, 헤어밴드, 힙색, 길다란 스포츠 양말 등도 이들을 표현해주는 아이템들 중 하나다. 편안함 속에서 자신만의 은근한 세련미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등산 열풍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하지만 산을 찾는 이유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해리 씨는 “도심 속의 인위적 공간에서 벗어나 산을 오르면, 평소 나를 옭아매던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 있어 좋다”며 “햇빛, 바람, 흙길, 꽃 같은 사소한 것들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등산은 러닝, 요가, 필라테스 등과 함께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젊은층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등산에 대한 열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올 초부터 등산을 시작했다는 정현철(31) 씨는 “코로나 때문에 평소 다니던 헬스장이 문을 닫게 됐고, 실내 스포츠 활동이 어렵게 되면서 등산을 시작했다”며 “별다른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산에서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등산 열풍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더욱 확장하고 있다. 등산을 키워드로 하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무려 277만 개가 검색될 정도다. ‘도장깨기’ 형태로 국내 100대 명산을 오르며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로 공유하는 문화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등산 트렌드를 관광 산업으로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전개된다. 부산관광공사는 오는 10월 31일까지 ‘부산 5대 트레킹 챌린지’ 이벤트를 실시한다. 황령산, 장산, 금정산, 송정 갈맷길, 영도 절영해안산책로 등 정해진 트레킹 코스에서 하이파이브 자세로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도심 속 관광지를 대상으로 한 관광객 유치 프로모션은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생활 속 거리두기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힐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등산 등 트레킹 여행이 당분간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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