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소음 피해 없다”던 정부 주장 거짓이었다
김해공항 소음 배상 판결
정부가 항공기 소음에 시달린 김해공항 인근 주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일 부산 강서구 딴치마을 위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법원이 김해공항 인근 주민의 소음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함에 따라 ‘소음 피해가 없다’며 추진하는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소음 걱정 없고 24시간 안전한 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지역민의 요구를 묵살한 채 정부가 소음 피해 범위가 최대 6배나 넓어지는 김해공항 확장을 밀어붙일 경우, 주민 줄소송이 불가피하고 정부의 공항 운영비가 산더미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신공항 건설·운영비가 가덕신공항보다 낮다는 정부 주장도 타당성을 잃었다.
딴치마을 주민 147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한 건 항공기 소음 피해가 커지던 지난 2017년 12월. 이 마을은 2004년 10월부터 국토부가 고시한 소음대책지역 구분상 80웨클을 넘은 제3종 지역에 속했다. 하지만 이전 보상 청구나 토지 매수 청구를 인정하는 제1종 지역(95웨클 이상)과 달리, 딴치마을 등 제3종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소음 저감 대책은 미미했다. 정부는 도서관 조성 등 주민지원사업만 일부 시행했다. 정부는 ‘소음 강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다’며 저감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고, ‘가덕신공항 건설’과 같은 근본 대책 마련은 아예 외면했다.
확장 땐 주민들 줄소송 불가피
매달 배상금만 수십억 예상
공항 운영비 눈덩이처럼 늘 듯
소음·비용 측면 정부 명분 잃어
딴치마을의 소음은 2014년 93.2웨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는 등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소음과 전쟁을 펼쳐야 했다. 참다 못한 주민 147명이 2018년 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김해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소음으로 인내의 범위를 벗어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2014년 12월 23일부터 2017년 12월 22일까지 3년간 손해배상을 정부에 청구했다. 국가배상은 관련법에 따라 3년 단위로 소멸되기 때문에 3년간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1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것이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의 핑계가 됐다. 2018년 12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딴치마을 주민들이 85웨클이 넘는 소음에 노출됐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85웨클’을 기준 삼은 이유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 판례는 공항 주변 항공기 소음 손해배상 사건에서 농촌지역은 80웨클 이상, 도시지역은 85웨클 이상을 배상의 기준으로 삼았다. 농촌 지역은 도시 지역보다 배경소음이 낮아 동일한 소음에 대해 더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
이런 배경 속에서 정부는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면서 김해공항 확장안을 결정했다. 딴치마을을 비롯한 부울경 주민들은 소음 피해가 없고 24시간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부산지법 민사4부는 딴치마을 주민들이 농촌 지역 피해 보상 기준이 80웨클이 아니라 도심 기준인 85웨클이 넘는 소음에 시달렸다고 판결했다. 딴치마을 주민 66명이 85웨클 이상 소음이 시달렸다며 이들에게 매달 3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정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할 경우 소음은 더욱 커지고 피해 지역은 6배 넓어질 것으로 계산된다. 이럴 경우 수만 명의 주민이 소음 피해에 시달리고 정부는 이들에게 매달 수십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김해공항 확장이 소음 피해를 키우고, 운영 비용도 가덕신공항보다 더 드는 것으로 추정돼 정부가 명분과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판단된다.
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김해공항조차 주민들에게 극심한 소음 피해를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공항을 없애지 않고 되레 확장할 경우 인근에 건설 중인 ‘부산의 미래’ 에코델타시티까지 소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소음과 비용 측면에서 타당성을 잃은 김해공항 확장을 당장 포기하고 지역민이 염원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당장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