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가 바다 살린다] 안줏거리로 가볍게 즐긴 노가리, 명태 씨 말렸다
자라기 전 남획한 어린 물고기
어자원 고갈·가격 상승 불러
동해어업관리단이 불법으로 살오징어를 잡은 어선을 적발했다. 다 자라지 않은 살오징어는 총알오징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동해어업관리단 제공
한 마리에 몇 만원씩 하는 갈치는 1970년대까지는 고등어보다 흔하고 값이 싼 생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싸서 선뜻 마트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생선이 됐다.
대신 사람들은 어린 갈치인 풀치를 먹는다. 풀치는 값이 싸기에 부담이 없다. 값이 싸기에 밥 반찬으로도 사용되지만 양식장 사료나 어묵 재료로도 사용된다. 어린 갈치인 풀치를 잡아대니 갈치 생산량은 당연히 줄어든다. 공급이 줄어드니 갈치의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풀치뿐만이 아니다. 깡치는 어린 참조기고 솔치는 어린 청어다. 보렁대구는 대구의 새끼다. 이름만 들으면 특별히 수산물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생선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더 자라야 하는 어린 물고기'인데 맛도 부드럽고 좋은 데다 가격도 싸니 손 쉽게 지갑이 열리는 셈이다.
유통업체들의 마케팅도 여기에 기름을 붙는다. 총알오징어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원래 총알오징어라는 말은 없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어린 오징어가 호래기 낚시를 할 때 같이 잡혔는데 이를 두고 화살촉오징어라고 불렀다고 한다.
2015년을 전후로 총알오징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는데 한 수산업체가 총알오징어라는 말을 썼고 내장째 먹는 통찜 등으로 먹기에 맛도 좋고 부드럽다는 것이 알려지며 히트를 쳤다. 이에 오징어의 새끼인 총알오징어들에 대한 대규모 어획이 이뤄졌다. 이후 3~4년간 총알오징어의 인기가 매우 좋았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오징어 자원의 급감의 시기와 1~2년 차이를 두고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마케팅의 성공은 다른 어린 물고기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총알문어'를 판매하기도 한다. 역시 어린 문어다.
총알오징어라 불리며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어린 살오징어. 해수부 제공
우리는 이미 어린 물고기 남획의 결과를 알고 있다. 바로 명태다. 흔하고 흔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던 명태는 2008년부터 공식 어획량은 0이다.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다. 1980년대 초 명태 어획량의 70%는 어린 명태인 노가리였다. 명태는 수명이 8년 정도인데 2년 이상이 되어야 번식이 가능한데 번식도 전에 다 잡아버린 셈. 노가리를 명태와 다른 종류로 알았던 소비자들은 맘 편한 주전부리나 안주거리로 생각하고 먹었다. 오죽하면 대화를 나눈다라는 말을 '노가리를 깐다'라고 사용했을까?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노가리를 맛있게 먹으며 수많은 대화를 나눈 결과는 국내 명태 생산량 '0'로 이어지고 말았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