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탈원전’ 궤도 수정… 이재명, 문 정부와 차별화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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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서면서 여권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이 후보가 현 정부의 잘못으로 지적한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이어 조국 사태 사과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사
청, 정책 기조 흔들릴까 위기감

이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김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제 입장에선 민주당을 대표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실망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그런 실망을 또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책무라고 생각해 사과드린 것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건설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3·4호기와 관련,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 충분히 재고할 수 있다”며 공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건설 중인 원전 공사도 중단시킨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 후보가 최근 지지율 정체 국면에서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여권 내부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후보의 ‘조국 사태 사과’에 대해 “기득권 세력은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의 불공정을 내세워 서민과 청년들의 불만을 돌리고 있다. 조국은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이 시시때때로 불러내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의 사과를 이용해 다시 ‘조국은 불공정하다’로 낙인찍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특히 “악을 구분하고 다스릴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은 자신의 권력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키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조국에 대한 사과는 인간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후보의 차별화 드라이브에 내심 불만을 갖고 있지만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 대선 후보가 현 정부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대선 국면을 이끌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응수위가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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