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 것도 불편해요” 스승의 날이 즐겁지 않은 교사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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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온라인수업을 마친 한 교사가 텅빈 교실에서 교과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온라인수업을 마친 한 교사가 텅빈 교실에서 교과준비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불편하게 느끼고 스승의 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긍정적 인식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에 비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교권침해 탓에 교직 만족도도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은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조합원 1787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교사 중 “매우 부정”으로 응답한 교사가 전체의 32.9%였고, 정반대로 “매우 긍정”으로 응답한 교사가 27.1%로 나타났다.

스승의 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주로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는 지적과 함께 교권 침해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교사를 향한 부정적 언론, 떨어진 교권 때문” “부정적인 사회 인식” “교권이 무너진 시대에 형식적인 껍데기만 남았다”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시행 이후 아이들의 작은 선물 등도 거절해야 하는 상황 탓에 “스승의 날에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와 같은 응답도 다수 있었다.

반면 긍정적인 응답의 이유로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언급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스승의 날이 존재함으로써 “교권 존중 의식을 고취시킨다”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교직 만족도 관련 부정적으로 느끼는 교사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승의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권 침해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은 존중되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서 “매우 부정”이 43.4%, “부정”이 34.2%로 약 80%의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권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다고 봤다.

교권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을 한 이유로는 과도한 행정업무와 민원에 취약한 제도가 가장 많이 꼽혔다. “악성 민원에 무방비 노출” “관리자의 갑질” “필수적인 지도가 아동학대로 둔갑하는 현실” “교사에게 책임을 모두 지우는 시스템” 등의 응답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교사노조는 교권 침해가 부르는 질병과 자살 등 신체 정신 건강이 위험한 상태인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임에도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동료 교사를 보며 교직에 보람을 찾았고, 학생들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동력 삼아 교직 생활을 이어가는 교사들이 많았다. “준비한 수업을 학생들과 즐겁게 했을 때” “지나가면서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할 때” “가르쳤던 제자들이 찾아오거나 연락할 때” “눈도 못 맞췄던 아이가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열어주었을 때” 등 교사들은 학생들과 교감이 이뤄진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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