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67. ‘평면’의 실체를 탐구,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8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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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영(1941~)은 기하학적 패턴 중심의 추상적 회화를 통해 오랜 시간 ‘평면’의 실체를 탐구해 온 작가다. 그는 황해도 해주 출생으로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74년부터 2007년까지 홍익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최명영은 고교 시절 정상화 작가의 미술 지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품고 있던 생각과 에너지를 풀어낼 수 있는 매개체가 예술임을 확신하고, 화업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입학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한 작가는 1962년에 ‘오리진’ 미술그룹운동을 창립했다. 오리진을 통해 최명영은 권영우, 이승조, 서승원, 김택화 등의 동료와 ‘정연한 기하학 형태와 구조적 조형언어’를 추구했다. 이들은 기성화된 화단에 새로운 이념을 구현하고, 한국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했다.

최명영은 1969년 당시 한국 미술계를 이끌던 각 분야 구성원들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실험적인 설치 작업과 개념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서구의 조형언어를 한국적 정서에 접목시킨 모노크롬 회화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는 7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평면조건’이라는 주제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면조건 8308(Conditional Planes 8308)’(1983)은 먹물로 한지 전면을 검게 물들인 뒤, 한지 뒤에서 솔로 두드려 화면 위에 마티에르를 표현한 작품이다. 마치 텅 빈 공간 속에 존재성을 드러내는 것과 같이 잔잔히 돌출된 마티에르는 결국 평면일 수밖에 없는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 작품과 같이 최명영은 작품에서 색채, 선, 형태 구성의 현란한 노출 효과 등은 극도로 절제한다. 작가는 ‘그린다’라는 회화 속 표현의 목적성을 넘어, 평면의 절대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그리고 ‘평면조건’의 완전성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Conditional Planes 8308’은 2016년 부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됐다. 40대에 갓 접어든 작가의 원숙미와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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