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우익의 상징’ 아베 피살… 미국 조기 게양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9일 밤 시민들이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68)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거리 유세 도중 전직 해상자위대원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일본 우익의 상징’이 피살되면서 지난 주말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1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평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평화헌법 개정’에도 한발 더 다가설지 주목된다.
참의원 선거 찬조 연설 중 피격
지난 주말 일본 열도 충격 빠져
윤 대통령, 일 대사관 분향 예정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 이후 10일까지 도쿄의 아베 전 총리 자택 앞과 총격이 있었던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 헌화대 등에는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0일은 일본 참의원 선거일로,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지킨다” 등의 목소리와 함께 투표 독려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8일 참의원 선거에 나선 자민당 사토 게이 후보 찬조 연설을 위해 단상 위에 올랐다가 야마가미 데쓰야(41)가 쏜 총에 맞았다.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의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뒤쪽에서 사제 총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저벅저벅 걸어와 5m 거리에서 두 번 발사했다.
나라현립의과대학부속병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경부(목) 두 곳에 총상이 있었고, 이로 인한 상처가 심장까지 달해 수혈 등 응급 처치를 했지만 과다 출혈로 오후 5시 3분 사망했다”며 “낮 12시 20분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심폐 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전 해상자위대원인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빠진 종교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원한을 품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옛 통일교)’을 거론하며 “어머니가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총은 수개월 전 만들었고, 부품과 화약류는 인터넷에서 구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본 언론들은 ‘호외’를 발행해 소식을 급전했고,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피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고위급 인사에 대한 경호에 허점이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모방범죄에 대한 경계심도 높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도 각국에서 이어졌다. 혈맹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조화를 들고 주미 일본대사 관저를 찾았으며,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공공 건물과 군사 거점에 사흘 동안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외국의 전직 정상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예우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한 일본대사관이 마련할 예정인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를 직접 찾을 예정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