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 등 잇단 출몰 야생 너구리, 공격 가능성 ‘주의 필요’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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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등 천적 줄면서 개체 수 급증
번식 기간 예민해져 공격할 수도

수영강 등 부산 도심에서 야생 너구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지난 12일 수영강 시민공원 산책로에서 목격된 너구리들. 독자 제공 수영강 등 부산 도심에서 야생 너구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지난 12일 수영강 시민공원 산책로에서 목격된 너구리들. 독자 제공

수영강 등 부산 시내에서 야생 너구리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들개 등 천적이 줄면서 개체 수는 급증했지만, 난개발 탓에 서식지는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번식 기간에 예민해진 너구리가 사람이나 반려동물 등을 공격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최 모(36·해운대구) 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 시민공원 일대 산책로에서 야생 너구리 세 마리를 발견했다. 야생 너구리들은 구경하는 인파가 몰리자 익숙한 듯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갑자기 지나가던 자전거에 놀라 인근 풀숲으로 모두 사라졌다. 앞서 최 씨는 주로 저녁 시간대 수영강과 온천천 일대에서 야생 너구리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최 씨는 “수영강변 한 너구리굴에만 야생 너구리 다섯 마리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누가 먹이라도 주는지 사람을 마주쳐도 경계하지 않아서 신기했지만, 산책로를 달리는 자전거에 부딪힐까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19일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산에서 약 5년 8개월 동안 구조된 야생 너구리는 총 279마리다. 같은 기간 구조된 포유류 중에 고라니(700마리)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는 산 주변 민가나 공원, 강변 등 부산 시내에서 야생 너구리의 구조 건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잡식성인 야생 너구리는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나 죽은 동물 사체 등을 주로 먹는다. 김용우 낙동강관리본부 야생동물보호팀 수의사는 “주로 산과 인접한 민가나 공원에서 상처를 입거나 탈진한 너구리를 구조하고 있다”면서 “겨울철이 되면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 구조 요청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야생 너구리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서울에선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올 7월 서울 송파구 장지근린공원에서 50대 여성이 너구리의 습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서울 강북구 우이천에선 야간에 산책 중인 반려동물이 너구리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야생 너구리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또 야생 너구리 주요 출몰지에 안내판 설치, 야생동물 발견 시 행동요령 배포 등 야생 너구리로 인한 안전관리 강화를 25개 구청에 요청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야생 너구리가 대체로 공격성이 없지만, 새끼 보호 등을 이유로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공격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특히 야생동물의 특성상 광견병 치료 등을 받지 않아 개나 고양이가 물리면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남 부산야생동물협회 부회장은 “야생 너구리는 야산에 있던 들개 등 먹이 사슬의 상위자가 없어지며 민가나 하천 등 시내로 내려오는 등 전국적으로 급격히 개체 수가 늘고 있다”면서 “중성화 수술 등으로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지만, 현재 부산에선 현황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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