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것들] ‘연차 사유: 친구 생일파티 참석’ MZ세대도 너무했다고 보지만…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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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주니어보드 '요즘것들']

극단적 사례로 불붙인 MZ논란
‘버릇없음’ 등 납작한 평가보다
저변에 깔린 생각부터 따져봐야

‘연차 사유: 친구 생일파티 참석’

만약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동료나 부하 직원이 연차사유를 위와 같이 적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최근 온라인에서 ‘MZ세대 논란’으로 화제가 된 사연입니다. 누군가는 ‘요즘 MZ세대들은 정말 할 말 다 하는구나.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연차사유를 적으라고 해서 사실대로 적는 건데 무슨 상관? 정당하게 쓰는 연차의 사유를 물어본 게 잘못이지. 나는 역시 꼰대가 아니었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창도 중장년층으로 추측되는 이들은 전자, MZ세대로 유추되는 누리꾼들은 후자의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MZ세대 친구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저건 예의가 없는거지, 나이가 어린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의견이 MZ세대에서 주류를 이뤘습니다. MZ세대인 저도 ‘MZ세대면 후자처럼 생각해야 하는데, 하지만 저건 너무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현실에서 저렇게 적는 MZ세대를 보는 건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MZ세대 출근시간 논란’도 등장했습니다. 업무 준비를 위해 출근시간보다 15분 일찍 출근하라는 상사의 요구에 MZ세대 직원이 ‘그럼 15분 빨리 퇴근해도 되나요’라고 맞받아친 사연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15분 이른 출근 요구도 물론 부당하지만, 부하직원의 말의 태도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MZ세대의 속내와는 다르게 ‘무례한 MZ세대’라며 온라인에서 세대 간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MZ세대론으로 대표되는 생각이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건 MZ세대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연차 화제의 저변에는 “‘연차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어도 아무 말 하지 마”라는 무례함과 뻔뻔함보다는 “공동체와 조직만큼이나 개인도 존중해 주세요”라는 요구가 담겼습니다. 출근시간 논란도 그렇고요. 극단적인 사례를 가져온 탓에 세대 간 갈등만 커졌습니다.

해당 논란을 접하면서 MZ세대라는 용어가 ‘버릇없음’ ‘제멋대로’ 등 편향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많은 MZ논란을 접할수록 MZ세대인 저는 다소 불쾌하고 도리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여기서 비롯됐나 봅니다. 이런식으로 공론화 되다 보니 세대론의 주요 기능인 세대 간 소통보다는 불통만 낳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MZ세대 논란을 갈등보다는 이해의 눈으로 바라봐 준다면 비로소 ‘MZ세대’라는 용어가 세대 간 소통의 도구로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까요.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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