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빨래방 언제까지 하는지 궁금한 여러분에게 [산복빨래방] EP19.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보경 harufor@busan.com , 이재화 jhl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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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부산일보> 기자와 PD들이 부산 산복도로에 빨래방 문을 연 지 어느덧 6개월이 됐습니다. 지난 5월 9일 문을 연 뒤 빨래방은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들의 빨래를 해드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으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오늘은 주민과 여러분의 관심을 받은 우리의 모습, 그리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과분한 관심

지난 7월 빨래방 앞마당에 ‘가드닝’을 해보겠다며 만든 작은 텃밭에는 방아꽃이 피었습니다. 상추도 내년에 또다시 자랄 수 있는 씨앗을 맺었습니다. 방아, 상추를 뜯다 지친 직원들의 방치가 꽃을 피운 ‘웃픈’ 상황이 됐습니다. 못 보던 이불도 늘어났습니다. 겨울 이불이 가득했던 빨래방에 여름 이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빨래방을 할 때는 쌓여가는 이불을 세탁하느라 바빴습니다. ‘언제 다 하나’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할 정도였습니다. 6개월 간 400개가 넘는 빨래를 했습니다. 이제는 이 이불이 여름용인지, 겨울용인지, 얼마나 오래된 건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방아에 꽃이 핀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젊은이들의 게으른 텃밭 가꾸기 때문일테죠? 방아에 꽃이 핀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젊은이들의 게으른 텃밭 가꾸기 때문일테죠?

산복빨래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사 유튜브 채널, 청년 단체 등이 우리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 ‘부산일보에서 어떻게 빨래방을 차리게 됐나?’, ‘빨래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나?’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항상 마을 어머님, 아버님을 주어로 대답했습니다. 산복도로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차린 빨래방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금색보자기의 향연입니다. 여름 이불이 빨래방으로 오기 시작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금색보자기의 향연입니다. 여름 이불이 빨래방으로 오기 시작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어느새 유튜브 <산복빨래방> 구독자는 4000명을 넘었습니다. 직접 빨래방을 찾는 독자도 생겼습니다. 한 독자는 “강원도 양양에서 산복빨래방 때문에 부산 여행을 왔다”며 빨래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매주 화요일 게재되는 기사에는 빨래방의 취지를 간파하고 따뜻한 댓글을 다는 독자님들도 만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2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가했습니다. 산복빨래방 소개는 항상 마을 어머님, 아버님을 소개하는 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2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가했습니다. 산복빨래방 소개는 항상 마을 어머님, 아버님을 소개하는 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보에서는 산복빨래방을 ‘지역언론의 미래’라며 과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KBS 김원장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고에서 ‘부산일보 젊은 기자들의 분투에서 우리 언론의 희망을 본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2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는 산복빨래방이 언론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냥 웃고 떠들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던져지는 다양한 질문들과 격려 속에서 ‘아,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지’라며 빨래방이라는 공간, 마을에서의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빨래방

산복빨래방에 쏟아지는 따뜻한 관심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와도 맞닿아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산복빨래방은 언제까지 하나’라고 물어봅니다. 어느 곳, 어느 글에서도 우리가 언제까지 빨래방을 한다고 말해본 적은 없습니다. 언제까지 빨래방을 할 것인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애써 대답을 피해왔습니다. 따뜻하게 우리를 대하는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이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빨래방 직원들이 마을을 떠나더라도 마을과 빨래방의 이별은 되지 않도록 많이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연 건 마을에 빨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니어도 빨래방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탁기가 계속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호천마을주민협의회와 산복빨래방은 치열하게 논의했습니다.


지난 6개월, 마을이 우리로 인해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즐거웠으면 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기억속에 우리와의 기억이 행복했던 기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개월, 마을이 우리로 인해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즐거웠으면 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기억속에 우리와의 기억이 행복했던 기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결과, <부산일보>는 빨래방 시설을 마을에 기부하고 대신 주민협의회가 주도해 마을 자체적으로 빨래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제는 유한양행에서 1000회 분의 세탁 세제를 산복빨래방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산복도로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빨래를 해준다는 취지를 좋게 봐주셨다고 합니다. 전기세, 인력, 수도요금 문제도 곧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빨래방은 11월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번 달까지 저희들은 매일 그랬던 것처럼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붓고, 건조기 먼지를 털어보려 합니다. 마을에 우리가 온 이유인 어머님, 아버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기록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복도로에서의 시간을 산복빨래방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가을날 산복도로 주황빛 야경을 뒤로 한 연주회도 꿈꿔보고,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산복도로의 모습도 담아보려 합니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조금 색다르게 산복도로를 보고 기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은 산복빨래방의 여정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몇 번이고 표현을 다듬으며 어머님, 아버님께 편지를 썼습니다.우리가 마을을 떠나는 날 까지 더 열심히 취재하고 더 열심히 빨래하는 산복빨래방 식구들 되겠습니다. 몇 번이고 표현을 다듬으며 어머님, 아버님께 편지를 썼습니다.우리가 마을을 떠나는 날 까지 더 열심히 취재하고 더 열심히 빨래하는 산복빨래방 식구들 되겠습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보경 harufor@busan.com , 이재화 jhl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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