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산 이어 통영 앞바다서도 시꺼먼 정어리 떼 출현…불길한 징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산면 용초도 연안 최근 관찰
어민들 “평생 처음 보는 기현상”
“정어리 떼 피해 멸치들 달아나”
권현망 선단, 조업 차질 호소
마산만 정어리 떼죽음 원인
수과원 “산소 부족 인한 질식사”

지난 주말부터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떼. 대부분 15cm 내외 성어로 줄잡아 수십만 마리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지난 주말부터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떼. 대부분 15cm 내외 성어로 줄잡아 수십만 마리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나고선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입니다.”

경남 창원에 이어 통영의 한 섬마을에도 수십만 마리의 정어리 떼가 해안으로 몰려 와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혹여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다. 이로 인한 조업 피해까지 잇따르자 수산 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전례 없는 정어리 떼 출현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돼 원인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한산면 용초도 연안에서 다량의 정어리 무리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15cm 내외 성어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김종은 어촌계장은 “방파제, 물양장 등 3~4곳에 시꺼멓게 떼 지어 있다. 밀집도가 엄청나 대형 뜰채로 퍼내도 끝이 없을 만큼 많다. 나가지도 않고 딱 그자리만 맴돌고 있다”면서 “주변에서 제법 잡히긴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양이 해안가까지 몰려온 것은 처음 본다. 다른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난데없는 정어리 떼 습격은 사실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거제 앞바다 정치망에서 청어와 섞인 정어리가 대량으로 어획됐다. 거제수협 관계자는 “처음엔 다 청어인 줄 알았는데 잡고 보니 태반이 정어리였다. 정말 끝도 없이 밀려왔다. 3~4월은 정어리만 잡다 볼일 다 봤다”고 했다.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독자 제공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독자 제공

이는 어획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아열대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는 9~11월이 제철이다. 대부분 경남 연근해에서 잡힌다. 그런데 1~9월까지 경남 남해안에서 잡힌 정어리가 수협 위판량 기준 4425t(전국 4469t)에 달했다. 10년간 평균치인 1024t의 4.3배다. 작년(696kg)과 비교하면 무려 6358배 많다.

이례적인 정어리 풍년에 된서리를 맞은 업종도 있다. 멸치를 잡는 권현망 선단이다. 업계는 포식자인 정어리를 피해 멸치가 달아나는 통에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혼획 금지’ 규정 탓에 정어리 떼가 출현하면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하다.

권현망 선단은 촘촘한 그물코의 대형 끌그물로 멸치 떼를 쫓는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수산업법을 개정하면서 권현망은 ‘멸치만 포획’하도록 명문화 했다. 준법 조업 과정에 잡히는 소량의 혼획도 금지다. 작은 정어리를 한 마리라도 잡으면 위법 행위가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어리와 멸치 모두 무리 지어 움직인다. 특히 큰 멸치는 정어리와 크기도 비슷해 어탐기에는 그냥 붉은 점으로 찍힌다. 잡아 올리기 전까진 이게 멸치인지, 정어리인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들이 19일 한산면 용초도를 찾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무리를 관찰하고 있다. 독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들이 19일 한산면 용초도를 찾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무리를 관찰하고 있다. 독자 제공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잡은 것들을 그 자리에서 모두 풀어주고 곧장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 같은 해역에 다시 투망 할 수 없는 만큼 조업 구역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밝혀내야 한다.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과 내만 깊숙이 들어온 이유를 알아야 합리적인 대응도 가능하다”면서 “막연히 지구온난화의 부작용, 이상해황 쯤으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남동해수산연구소 소속 연구관들을 용초도로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소 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창원시 마산만에서 발생한 정어리 떼죽음 사태의 원인은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사’로 결론났다. 수과원은 “정어리는 다른 어종에 견줘 산소요구량이 높은 어종으로 2011년 미국, 2016년 인도네시아, 2022년 칠레 등에서도 용존산소 부족으로 정어리가 대량 폐사한 사례가 있다”며 “폐사 해역에서 산소 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발생한 점, 특이증상인 입을 벌린 폐사체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종합해 이 같이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