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35. 불꽃사진 이렇게 찍으면 칭찬받는다(feat. 사진기자)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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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부산 불꽃축제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11월 5일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불꽃축제가 부산의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화려한 불꽃 연출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축제로 성장했는데 몇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첫 번째 고민은 '장소'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게 분명한 광안리해수욕장을 또 가야 하냐는 것. 부산시민이라면, 불꽃축제를 보러 갔다가 사람에게 휩쓸리며 이동한 경험,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말고 불꽃을 감상할 수 있는 다른 명당은 없을까?

두 번째 고민은 바로 '사진'. 1년에 한 번뿐인 불꽃 이쁘게 찍고 싶은데, 왜 내가 찍은 사진은 엉망진창일까? 스마트폰으로는 불꽃을 찍기 어려운 걸까? 고가의 전문 DSLR 카메라를 마련해야 하는 걸까?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바로 신문사 사진기자였다. <부산일보> 막내 사진기자에게 불꽃축제 명당, 불꽃 사진 잘 찍는 법 등 모든 것을 물어봤다.


다시 터지는 불꽃

별다른 수고를 기울이지 않아도, 부산에 살면 매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 부산의 11월은 그야말로 불꽃의 도시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수년간 불꽃은 꺼졌다. 그래서 이번 축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큰 만큼 불꽃을 더 잘 보고 싶다. 불꽃축제를 온전히 제대로 즐기고 싶다.

불꽃축제 명당은 많다. 물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보는 게 가장 가깝고 좋다. 하지만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 MBTI가 '극 I형'인 사람에게는 100만 명은 지옥이다. 사람들이 많이 없고, 불꽃은 잘 보이는 그런 곳은 없을까? 본보 김종진 사진기자가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줬다. 김 기자는 "사람 없는 명당은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진 기자들이 많이 찾는 포인트 중 한 곳이 바로 광안동의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인데, 이곳이 그나마 광안리보다 낫다"고 말했다.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금련산과 황령산 일대는 불꽃축제를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다. 황령산 봉수대와 달리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은 걸어서 올라오기에도 충분한 높이다. 통나무집이나 생활관 등은 예약해야 하지만, 수련원에 들어와 불꽃축제를 보는 것은 일반인들도 상관없다. 주차비는 2000원이다. 김 기자는 "남들보다 서둘러 미리 올라와서 좋은 자리를 잡는다면, 광안리해수욕장 부럽지 않은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불꽃 사진찍기 좋은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사진기자들이 선호하는 장소는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안에서도 생활관 앞 공터와 당일 한정 프레스에만 오픈되는 생활관 옥상 등이다. 공터에 자리를 잡고 불꽃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비결을 물어봤다. 김 기자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거다"라며 "스마트폰으로 많이 촬영하실 텐데, 삼각대가 크고 무거운 게 결과물이 좋다"고 했다. 이어 "그날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무덱보다 아스팔트에 삼각대를 펼치는 게 흔들림이 적다"고 했다.

직접 한번 찍어봤다. 숨을 참고 찍었는데도, 손이 흔들려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셔터스피드를 길게 주다 보니, 노출도 날아가 너무 밝은 사진이 찍혔다. 김 기자는 노출을 잘 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그는 "본격적인 불꽃축제를 시작하기 전 테스트용으로 몇 발의 불꽃을 쏜다"며 "그때 사진기자들도 저마다 노출을 잡고 구도를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보통 8초 정도를 잡는데, 이렇게 두면 불꽃이 하늘로 쏘아져 올라가는 궤적과 불꽃이 터지는 장면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다"고 했다.



자연이 만든 완벽한 구도

'광안리 바다 위에서 불꽃이 터진다.' 사실 이 문장은 모호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불꽃은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사이의 바다, 광안대교 위, 광안대교 뒤 먼바다 등 총 3곳에서 터진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보면 이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금련산청소년수련원에서 보면 이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좋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구도다. 생활관 앞 공터나 전망대서 사진을 찍으면 자연스럽게 '완벽한 사진 구도'가 잡힌다. 제일 아래 어두운 배경의 금련산 숲과 나무가 사진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 위에는 아파트와 가로수 불빛 등 도심의 불빛이 자리한다. 그리고 다시 어두운 바다가, 다시 그 위에는 반짝이는 광안대교가 놓인다. 그리고 불꽃이 터질 하늘이 광안대교 위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은 듯 완벽한 구도다.

만약 광안대교와 불꽃만 보고 싶다면, 생활관 가까이에 있는 전망대로 가면 된다. 이곳은 생활관 앞 공터보다 지대가 높기 때문에, 조금 더 깔끔한 불꽃 감상이 가능하다.


떠오를 관람 명소 용호별빛공원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보이는 광안대교가 익숙하다면, 반대 방향 즉 광안대교 뒤를 보는 뷰는 어떨까? 많은 사람이 이기대를 떠올리겠지만, 새로 생긴 장소가 있다. 바로 용호 별빛공원이다. 이곳은 광안대교 선박 충돌사고로 폐쇄된 용호부두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준 곳으로, 1만 6450㎡(약 5000평 규모)를 자랑한다. 바다와 맞닿은 광활한 평지로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넓은 부지다.

용호만 매립부두에 조성된 덱이나 이기대 산책로에서 불꽃축제를 감상했던 사람들이면, 모두 이곳으로 몰릴 확률이 크다. 그만큼 이곳에서 보는 뷰가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광안대교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마린시티의 화려한 야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타고 광안대교를 지나 먼바다에서나 부산을 볼 때 볼 수 있었던 구도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공원 주위로 성인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광안대교에 가까이 자리 잡는 것보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편하게 보는 걸 추천한다.


추억을 남기기 좋은 장소

금련산수련원과 달리 이곳은 평지다. 김 기자에게 평지에서 사진을 찍는 노하우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청소년수련원에서는 스마트폰을 가로로만 두고 촬영했다면 이곳에선 세로로 세워 촬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세워, 사진 아랫부분에는 광안대교를 두고, 두 주탑 사이로 올라오는 불꽃을 찍으면 좋다는 것이다. 다만 눈으로 볼 때와 달리 높은 방파제가 있기 때문에 사진으로 광안대교와 마린시티를 함께 담는 것은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불꽃 사진을 찍기에 썩 좋은 장소는 아닌 걸까? 걱정은 기우였다. 김 기자는 "꼭 '불꽃' 사진만 찍는 게 좋은 축제 사진은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불꽃 아래 목마를 탄 어린아이의 실루엣이나 불꽃을 찍은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같은, 축제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장소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 분명한 장소이기 때문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을 찍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사건결말>

부산 불꽃축제가 다가오자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식당, 카페에서는 '바가지 자릿세'를 요구하고 있다. 한 카페는 축제 당일 창이 크게 나 있는 테이블석에 60만 원을 매기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과도한 자릿세에도 법률상 단속할 기준이 없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가 받는 티켓가격은 테이블이 있는 R석은 10만 원, 의자만 있는 S석은 7만 원이다. 이마저도 모두 매진.

값을 지불하고 자리를 사서 보는 것도 좋지만,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이나 용호 별빛공원 등 부산에서 불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았다. 굳이 바가지 요금에 눈을 찌푸릴 필요가 없다. 소개한 곳 외에도 더 좋은 장소가 있을 수도 있다.

불꽃 사진 '잘' 찍는 법은, 생각보다 다른 곳에 있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카메라 조작법을 잘 숙달했다면, 하늘로 향한 렌즈를 조금 아래로 내려보자. 사진은 결국 추억을 남기는 도구. 펑펑 터지는 불꽃만 찍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불꽃축제를 함께 즐기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 불꽃 아래 비친 밝은 미소, 사랑스러운 눈빛 등 그날의 분위기를 담을 수 있다면, 분명 그 사진이 더 좋은 불꽃축제 사진이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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