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에 '2035월드엑스포'는 없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영한 사회부 행정팀장

2030엑스포 도전만으로 부산엔 이득
해답 못 찾던 부산 난제 해결 돌파구
판세 불리 등 부정적 시선 도움 안 돼
국민적 결속 있어야 유치 가능성 커져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도전 도시가 되면서 부산은 이미 유·무형의 성과를 얻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2030월드엑스포 도전 이후 가덕신공항이 불가적역 사업으로 확정된 일이다. 해운 중심의 부산 물류 산업에 항공, 육상까지 연결해 부산을 독보적인 글로벌 물류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한 선결조건이 가덕신공항 건설이다.

사사건건 가덕신공항 발목을 잡던 국토교통부마저 7월 원희룡 장관이 나서서 ‘유치 전 건설’을 장담했다. 국토부는 최근 매립 방식으로 2035년까지 가덕신공항을 짓는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분위기다. 조기 개항 해법으로 바다에 활주로를 띄워 건설하는 플로팅 공법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부산의 꿈 하나가 실현을 앞두게 됐다.

또 다른 난제인 부산 내 동서불균형도 2030월드엑스포 도전으로 새 돌파구를 찾았다. 북항재개발 문제인데 이미 98%선까지 부지 조성을 마친 1단계 사업에 이어 북항재개발 2단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로 현실화에 바싹 다가섰다. 며칠 전 제16회 월드오션포럼에 참석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38개월 걸리는 2단계 행정 절차를 20개월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엑스포 예정지 조성을 2027년까지 마치겠다는 복안이다.

무형의 이득으로는 ‘부산’ 브랜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세계인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엑스포 유치전은 정부와 대기업이 전 세계를 돌며 부산을 홍보하는 과정이다. 역으로 남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 외교관이나 정부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산을 찾아 부산의 친구가 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부산은 월드엑스포에 도전하는 세계 도시 위상을 얻고 있다.

정부 역시 한국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기 위해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았다. 부산만 이롭게 하려고 국가적 역량을 끌어모으겠는가. 정부는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혁신과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가로 입지를 강화하고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실제 정부 유치위원회는 엑스포 유치계획서에 2030월드엑스포를 기후위기, 빈부격차, 첨단기술의 인간화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새삼 2030월드엑스포의 가치와 의미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 내 유치 의지와 열기를 조성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부정적 시선이 끊임없이 일고 있어서다. ‘엑스포의 가치가 과거만 못하다’ ‘사우디아라비아로 판세가 기울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들을 동원한다’ 따위다.

엑스포 도전을 공식 선언한 후 판세를 따져봐야 아무 실익이 없다. 판세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도 없다. 정부도 유치위 차원에서 수시로 해외 공관 등이 수집한 정보 등으로 ‘스코어’를 짐작할 뿐이다. 판세를 묻는 질문자의 내심에는 ‘오일 머니’를 뿌리는 사우디를 이길 수 있느냐는 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사우디가 열심히 지지 국가를 공개하는 반면 한국은 현 상황을 철저히 함구한다. 이는 전략 상 차이일 뿐이다. 사우디에 질 것이라고 예단한다면 사우디의 ‘대세론 전략’에 보기 좋게 당한 것일 뿐이다.

정부 유치위는 올해 최대 130개 국을 돌며 각국 요구사항을 파악한 뒤 내년엔 교섭안을 들고 최종 설득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회원국들도 철저히 자국 이익에 맞는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세는 한국이 얼마나 실질적 지원을 담은 교섭안을 내미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생존을 걱정할 기업이 정부에 등 떠밀려 유치전에 동원됐다는 시선도 선입견에 불과하다. 사실 2030월드엑스포 유치 목소리가 처음 나온 곳이 경제계였고, 재계 대표인 대한상의 회장이 정부 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엑스포 유치 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부문도 경제계다. 국내 기업에 엑스포 유치전은 정부 보증서를 들고 각국을 돌며 새 사업 기회를 찾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기회다.

혹자는 이번에 실패해도 2035년에 재도전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안타깝지만 재도전 기회는 없다. 올림픽, 월드컵과 달리 월드엑스포 결정권은 각국 정부가 쥐고 있다.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야 유치할 수 있는 행사다. 윤석열 정부 국가 어젠다를 차기 정부가 다시 받아들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더구나 2030월드엑스포 예정지인 북항재개발 2단계 지역은 엑스포 도전 결과에 상관없이 2030년엔 개발이 진행된다. 부산 내에 다른 대체 부지가 없다. 부산에는 2030월드엑스포가 마지막 기회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