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당신에게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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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천사 같은 아이였을 겁니다. 아기 때 꼭 쥔 작은 손이 참 예뻤겠지요. 까르르 웃고, 뒤집기를 하고, 첫걸음을 내딛고. 당신의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주었을 겁니다. 퇴근하는 당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금세 사라져 버렸겠지요. 좋아하는 음식이나 잠버릇 등 당신을 꼭 닮은 모습을 발견한 날은 신기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을 겁니다.

조금 더 자라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말하고 “아빠한테만 알려 줄게”라며 별것 아닌 비밀 이야기를 속삭였을 때. 아이는 당신 인생 최고의 단짝 친구였을 겁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지는 아이를 보며 뿌듯함도 느꼈겠지요. 당신은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손잡아주고, 꼭 안아주고. 영차영차 함께 걸어가는 부모였을 겁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고… 아이는 자신의 세상을 점점 넓혀갔을 겁니다. 당신은 뒤에서 까치발로 아이의 성장을 지켜봤겠지요. 지식을 쌓고 인간관계를 배우며 아이는 빠르게 커 나갔을 겁니다. “엄마 나 합격했어.” 아이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당신은 정말 기뻤을 겁니다.

성인이 된 아이에게 해 줄 말이 참 많았을 겁니다. ‘낯선 풍경에 움츠러들 수도 있지만 처음엔 누구나 그런 거라고. 혼자라 생각이 들 때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가 있을 거라고.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도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우리가 늘 너의 곁에 함께 있다고.’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진짜 인생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당신의 아이는 너무 빨리 세상에 이별을 고했습니다.

충격적인 참사가 발생했던 그날. 많은 이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 아이, 내 형제, 내 조카, 내 친구 같아서 새벽까지 뒤척인 사람이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며 두 권의 그림책을 책장에서 꺼냈습니다. 옥희진의 〈너에게〉(노란상상)와 최숙희의 〈길 떠나는 너에게〉(책읽는곰). 아이를 향한 사랑이 가득한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 깊이 박힙니다. 자식의 너무 이른 죽음 앞에 무너진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곁을 지키며 같이 애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찾아가야겠지요. 당신의 슬픔에 함께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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