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중수청 출범, 현판만 바꿔 다나
검찰청 폐지 D-99일 점검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둘러싸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지연 탓
공소청·중수청 후속 작업 ‘삐걱’
인력·조직·예산도 확정 못 해
중수청 희망 검사는 고작 0.8%
부산 등 지방중수청 청사 미정
연합뉴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9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을 비롯한 지방중수청은 청사조차 확보하지 못하며 제도 전환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형사소송법 개정이 늦어지고 조직·인력·예산 설계도 미완인 탓에 법조계에서는 “10월 2일 출범이 사실상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지연되면서 후속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쟁점을 두고 이견이 이어지면서 법안 처리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소청은 현재 검찰청 조직을 대부분 승계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준비 부담이 적다. 반면 중수청은 대검찰청 반부패수사 체계와 전국 검찰 특수수사 조직, 경찰 인력 등을 흡수해 새 수사기관을 꾸려야 하는 만큼 설계 난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정작 중수청의 조직 규모나 인력 운용 방식, 검사 출신 활용 범위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2일 중수청의 세부 운영 기준을 담은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실제 기관 운영의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조직 규모와 수사관 정원·검사 인력의 배치 범위 등이 제외되면서, 사실상 뼈대만 제시한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중수청 직제’와 ‘중수청 수사관 임용령’ 제정을 늦어도 오는 8월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임용령과 직제는 검사의 보완수사 허용 여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이 전제돼야 해, 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후속 일정도 함께 밀릴 가능성이 크다. 업무 범위가 확정돼야 정원과 인력 구조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난관은 인력 확보다. 정부는 8~9월쯤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중수청 전입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공소청에 남기를 원하는 흐름이 강하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검사 910명 가운데 공소청 근무를 희망한 비율은 77%였던 반면,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0.8%에 그쳤다.
예산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공소청·중수청 모두 예산 재편이 불가피하지만, 특히 중수청은 완전히 새로운 독립기관인 만큼 자체 예산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사 확보 역시 발등의 불이다. 행안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24일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 입지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로 정했다고 밝혔다.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게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한 단독청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지방중수청 청사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등검찰청이 위치한 서울·부산 등 6개 광역권에 지방중수청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개청을 불과 99일 앞둔 시점에도 부산을 비롯한 지방중수청은 청사 확보조차 못한 상태다. 부산의 경우 공소청과 중수청이 현재의 부산지검 건물을 나눠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방식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 명분으로 내건 검찰 개혁의 취지가, 정작 부산 등 지역에서는 현판 교체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의 ‘형식적 출범’과 ‘실질적 출범’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행령 부칙에 “중수청은 10월 2일 설치하되 실제 수사 업무는 조직 구성이 완료된 시점부터 개시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중대범죄에 대한 단죄가 지연되거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한기식 법무법인 더킴로펌 대표 변호사는 “어설픈 전환기의 수사 공백을 틈타 정작 엄중히 처벌받아야 할 중대 범죄자들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며 “사법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과 현장의 인력 충원 계획이 함께 마련돼야 부작용 없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