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보조금 지원 대신 지역 차등 법인·근소세 도입을 [다시, 지방분권]
⑨ 기업하기 좋은 지역의 조건
주력산업 고도화·미래산업 육성
기업 성장 위한 생태계 조성 우선
우수 인재·자금 유출도 해결 과제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균형 장치
부산·경남 등 법인세 10%P 인하
지역 중기 금융 지원도 병행돼야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를 위해 조세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강서구 서부산유통단지 내 철강판매단지 전경.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지역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수도권과 다른 출발선을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부산 기업인들은 단순한 보조금 지원보다 지역 차등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도입이 기업 투자와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인재와 자본, 시장이 모두 수도권으로 쏠린 상황에서 이제는 국가 차원의 조세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건 돈보다 성장 생태계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지역 주요 기업인 100명을 대상으로 기업 활력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차기 부산 지방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2.5%가 ‘주력산업 고도화와 미래산업 육성’을 꼽았다. 이어 ‘경영환경 개선과 규제·행정 혁신’(21.9%), ‘지역 인재 양성과 고용’(16.6%) 순이었다.
반면 과거 주요 현안으로 꼽혔던 교통·물류·산업 인프라 확충은 5.3%에 그쳤다. 부산 기업들의 고민은 이제 도로나 항만과 같은 기반 시설을 넘어섰다. 기업 자체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되는 공유 산단이 조성됐으면 한다”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직접적인 지원이 힘들더라도 센텀산업단지 등 IT 집적단지의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지방정부 주도로 체계적이며 폭넓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재와 자금도 문제로 꼽았다. 부산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부산은 청년인구 유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역 우량 기업들조차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구인난의 원인”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부산 기업들은 금융 조달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다른 출발선 조정해야
지역 경제계는 지역차등 세제를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국을 수도권과 A권역(강원·충북·충남·대전·세종), B권역(부산·대구·광주·울산·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으로 구분해 법인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권역은 법인세를 5%포인트(P), B권역은 10%P 인하하는 내용이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 비수도권 신규 투자 12조 138억 원, 이전 투자 18조 2180억 원, 생산 유발 효과 33조 6861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근로소득세 감면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비수도권 거주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근로소득세를 20% 감면해 지역 취업 유인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지역 경제계는 이는 특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균형 장치라고 말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다른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타개할 새로운 국가 성장 공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관계자는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은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으며,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 유기적으로 갖춰진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제 혜택은 정부의 예산이 들지 않는 가장 효율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