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코남] # 37. 기적을 만드는 두 손, CPR 제대로 배워봅시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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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개요>

안타까운 사고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이태원 참사로 인해 총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참사 현장의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공유됐고 전 국민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참혹한 순간을 지켜봐야만 했다. 무엇보다 쓰러진 사람에게 수십 명의 구급대원이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규모 참사 이후 CPR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자리에 CPR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명을 구하는 CPR,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배워봤다.


업그레이드된 CPR

CPR을 배우기 위해 동래구 온천동 '부산 119안전체험관'을 찾았다. 2016년 문을 연 이곳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자연 재난, 도시 재난 등 다양한 유형의 재난을 경험하고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차량전복, 지진, 지하철 화재 등 대응법을 익힐 수 있으며 무엇보다 CPR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CPR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자세로,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강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119안전체험관에서 구급안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경 소방장은 "실제로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5년 주기로 바뀐다"며 "2015년 이전까지는 가슴 압박 30회, 인공호흡 2번을 하라고 했는데, 현재는 가슴 압박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인공호흡에 숙달되지 않은 일반인이 호흡법을 하는 것 보다 가슴 압박에 집중하는 게 요구조자(재난 따위를 당하여 구조가 필요한 사람)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CPR은 한번 배워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응급처치 방법이다. 김 소방장에게 본격적으로 CPR을 배워봤다.


누구에게 해야 할까?

심폐소생술은 말 그대로 심장과 폐를 살리는 기술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하지 않는다. 심장과 폐가 임상적으로 사망한, 갓 죽은 사람에게 한다. 사람이 살아있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할까? 과거 CPR 교육에서는 기도를 확보한 후 경동맥을 짚고 눈으로 가슴이 뛰는지 확인하라고 교육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김 소방관은 "두 번째 손가락을 요구조자 코에 가져다 대고, 10초 동안 아주 센 콧바람이 나오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정지 상태가 되면 폐도 함께 움직임을 멈추기 때문에 호흡만으로도 심정지 환자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PR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 정답은 구조대원이 현장으로 도착할 때까지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 119에 신고와 동시에 자동 심장충격기를 신청한다. 이때 주변 사람 중 한 사람을 정확하게 지목해 신고를 요청하면 CPR을 더 빨리 할 수 있어서 생존율이 더 높아진다.


어디를 압박해야 할까?

이 부분 역시 달라진 부분이다. 과거에는 쓰러진 사람의 양쪽 젖꼭지를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긋고, 그 선의 가운데를 압박하라고 교육했다. 김 소방관은 "사람마다 젖꼭지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곳을 압박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달라졌다"며 "갈비뼈를 따라 움푹 들어간 명치를 찾은 다음, 명치에서 목 쪽으로 손가락 두 마디를 대고 반대편 손꿈치를 올려놓은 손가락 옆에 붙이고 압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네킹을 상대로 연습하는데 생각보다 압박 포인트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슴 압박을 할 차례다. 몸을 요구조자 쪽으로 숙인 후, 팔꿈치를 쭉 편 상태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김 소방관은 "양손을 겹쳐 깍지를 낀 후 아래쪽 손바닥 접히는 손꿈치 부분으로 압박하는데 어깨와 바닥이 직각으로 90도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상태로 분당 100회에서 120회 즉 1초에 2번, 가슴이 5~6cm가 들어갈 정도로 계속 압박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갈비뼈보다 생명을 우선

과거 CPR 교육에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압박 강도다. 얼마만큼 강하게 또는 약하게 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19안전체험관에서는 센서가 내장된 심폐소생 실습용 마네킹을 압박하면, 모니터를 통해 적정 압박 강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압박 강도가 약하면 '약해요', 느리면 '느려요' 압박 강도와 횟수가 모두 적절하면 '좋아요'라고 표시됐다. 생각보다 '좋아요' 표시를 띄우는 게 어려웠다.

1초에 2번 직접 압박해 보니 매우 빠른 속도였다. 1분이 흘렀는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가슴 압박에는 많은 힘이 들어갔다. 몸무게를 두 팔에 실어서 온몸으로 압박해야 했다. 김 소방관은 "CPR을 정확히 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높은 응급처치"라면서 "하지만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해서 CPR을 멈추게 되면 그 사람의 목숨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PR 주의점은?

쓰러진 사람 위에 올라타서 CPR을 하면 안 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봤을 법한 장면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김 소방관은 "의사나 구조대원이 정확하게 심폐소생술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피치 못하게 자세가 나오지 않을 때 하는 자세"라면서 "일반인이 했을 때는 가슴 압박이 아니라 가슴 밀쳐 올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나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CPR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압박 강도다. 소아는 돌이 지난 후 8세까지를 말하는데 4~5cm 정도, 영아는 2.5~4cm 정도로 가슴을 눌러야 한다. 성인보다 압박 강도가 다소 약하다. 또 성인인 경우 두 손을 이용해 압박하지만 소아는 한 손으로 영아는 검지와 가운뎃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압박한다. 김 소방관은 "압박 횟수는 1초에 2번으로 성인과 동일하다"며 "다만 영아의 경우 소아나 성인보다 심장이 약간 더 아래쪽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한 손으로는 머리가 움직이지 않게 이마를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결말>

CPR을 멈출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구조자가 지쳐 쓰러져 더 이상 CPR을 할 수 없을 때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이때 CPR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10초 안에 교대해서 가슴 압박을 이어 나가면 생존율은 높아진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은 나만 잘하고, 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다 숙지하고 계속 연습해야 하는 응급처치법이다. 달리 말하면, CPR은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

이태원 참사 이후 119안전체험관에는 CPR교육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20명씩 하루 6번 교육하는데 체험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10일 대한응급의학회 등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 CPR을 할 수 있는, CPR을 배운 '일반인'이 많을수록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CPR 교육 비율이 높을수록 환자의 생존율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또 정확도에 따라 생존 퇴원율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CPR의 중요성과 관심이 높은 지금, 기적을 만드는 두 손 CPR을 제대로 배워야 할 때다.

제작=남형욱 기자, 정윤혁 PD, 이지민 에디터, 한승규·한재경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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