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테슬라/정여민(19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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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를 꿈꿨다. 끊임없이

존재하는 시간과 관계했다. 불순

은 차가운 기우였다. 그 막다른 일기에

수순이었다. 놓인 마

분지 위에 백묵, 같은 것

구멍의 소강이 된다. 책상에서의

허공에 불과했다. 드디어 차원에

서의 달력 한 장이 뜯겨 나온다. 십

일장(P) 남은 영혼은 사라진 채

육체와 무언가를 바라보는 무의미한 눈(雪)

답답한 징계위원회장의 고통을 바라

보다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쌓인

곁가지들과 소통할 수 없는 연기를 꺼내지만

불을 붙일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이 적막한 촌(村)은 거꾸로 세운 손가락을

끊임없이 세워낸다. 그때의 망설임은

흔적이 없다.

- 웹진 〈시인광장〉(2019년 8월호) 중에서


테슬라는 세르비아계 미국인 전기공학자. 에디슨이 전기의 직류 쪽이었다면 테슬라는 교류 쪽으로 알고 있다. 전기 발명의 근원을 제시한 탁월한 과학자. 지금은 일론 머스크의전기차 회사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젊은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며, 전기가 주위에 흐르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시인은 전에 보지 못한 세계와 시어를 가진 개성적인 시 한 편을 선보였는데, 관념적인 세계를 관념적인 언어로 철저하게 파악하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이런 시도는 위험하지만, 유의미한 세계를 획득하는데, 연속적으로 성공한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자신만의 언어 영토를 가져 보는 게 모든 시인들의 꿈 아니던가.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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