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용도변경 하라면서… 조건 맞추기는 ‘바늘 구멍’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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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 숙박시설 주거용도 사용
국토부 지난해부터 단속 돌입
반발 일자 2년간 용도변경 허용
오피스텔 규정 사실상 충족 불가
전환 못 하면 매년 이행강제금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주민들이 오피스텔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제공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주민들이 오피스텔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제공

기존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활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전환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정작 정부당국의 전환 조건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유예기간의 절반이 지난 현재, 생활숙박시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유예기간 중 오피스텔 전환을 못하면 매년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전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생활숙박시설은 본래 장기 투숙을 원하는 사람이 취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지만 주거용 건축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과거 많이 발생했다. 2012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정부는 오랜 기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단속을 시작했다.



2018년 입주가 이뤄진 부산 첫 생활형 숙박시설인 해운대 에이치스위트. 부산일보DB 2018년 입주가 이뤄진 부산 첫 생활형 숙박시설인 해운대 에이치스위트. 부산일보DB

이에 주민들 불안감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건축기준을 개정해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한시적으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당시 “기존 생활 숙박시설은 선의의 피해자 발생 우려를 고려해 오피스텔 등 주거가 가능한 시설로 용도변경을 안내한다”며 “오피스텔 건축기준 중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출입구 설치, 바닥난방 설치 제한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오피스텔은 발코니를 설치할 수 없지만 생활숙박시설은 그런 제한이 없다. 이번에 발코니가 설치돼 있어도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년간 유예기간을 뒀는데 내년 10월까지다. 그런데 문제는 용도변경을 하려면 국토부가 허용한 것 외에도 매우 다양한 규정이 있다는데 있다. 오피스텔은 복도폭이 1.8m 이상돼야 하는데 생활숙박시설은 이보다 좁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건물을 다 뜯어내야 하는데 실제로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이렇게 하긴 불가능하다.

또 배연설비와 방화유리창호와 관련된 부분도 현재의 인허가 기준을 적용하면 다수 생활숙박시설 용도변경이 불가능해진다. 주차장 기준도 오피스텔에 맞추려면 더 늘려야 한다. 일부 이런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한 곳도 있지만 상당수 생활숙박시설은 이들 규정을 모두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생활숙박시설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국토부는 매우 냉정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로의 용도로 적합하게 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중에 이들 집을 사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기존 오피스텔 건축기준에 다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도 문제다. 그동안 생활숙박시설은 건축법상 비주택으로 분류돼 상업지역에도 가능했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려면 지구단위계획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용도변경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입주한 에이치스위트 해운대의 경우, 오피스텔 용도변경 허가를 구청에 냈으나 최근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곳도 건축법상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려면 건축법상 통신시설과 소방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반려됐고 이를 보완해 다시 용도변경 신청접수를 할 예정이다.

김윤선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장은 “우리는 ‘생숙’이란 단어도 낯설 때 위치와 모델하우스만 보고 분양 받았고 정부는 주거용으로는 안된다고 알리지도 않았다”며 “추가적인 공사를 해야 한다면 비용을 분담할 각오로 용도변경을 하기 위해 분투를 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4가지 완화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몇 년째 집이 안정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 쫓겨날지 벌금이 나올지 모르는 곳이 돼 버려 불안 속에 가족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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