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뚫렸다”… 역대급 폭설·한파에 세밑 지구촌 몸살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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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한 주민이 눈더미에 갖힌 자신의 차를 이동시키려고 눈을 파내고 있다(위쪽 사진). 지난 20일 한 남성이 눈이 높게 쌓인 일본 니가타현 우오누마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한 주민이 눈더미에 갖힌 자신의 차를 이동시키려고 눈을 파내고 있다(위쪽 사진). 지난 20일 한 남성이 눈이 높게 쌓인 일본 니가타현 우오누마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대거 남하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북반구의 광범위한 지역에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수십 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교통사고나 폭설에 고립돼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 방송 CNN은 24일(현지시간) 북국의 겨울 폭풍이 몰고 온 파괴적인 바람과 폭설 탓에 미 전역에서 31만 5000가구 이상이 정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뉴욕주의 북서부 버팔로 지역의 경우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60cm 이상의 폭설이 내렸고, 시속 100km에 가까운 강풍이 불었다.

미국 눈폭풍에 고립·교통사고

21일부터 7개 주서 22명 사망

일본 훗카이도서 2만 가구 정전

지구 온난화로 제트기류 약화

‘극 소용돌이’가 혹한 몰고 와

마크 폴론카즈 지역보안관은 24일 기자들에게 “버팔로를 포함한 이리 카운티에서 눈보라가 적어도 25일 오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 500명의 운전자들이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이리 카운티에서 차량에 갇혀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수백 명이 토요일 오후까지 여전히 차량 안에 갖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악천후 때문에 24일 오후 기준 노스캐롤라이나와 켄터기, 펜실베니아, 테네시 등 미 전역의 70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또 미 중서부에서는 ‘폭탄 사이클론’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량의 눈을 뿌렸고, 수은주도 곤두박질쳤다. 이 여파로 지난 21일부터 현재까지 7개 주에서 2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하이오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탓에 4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폭설과 혹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즈와 공영방송 NHK 보도 등에 따르면 이번 겨울 일본에 내린 폭설로 지난 17일 이후 14명이 숨졌고, 8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와 함께 수만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일본 야마가타현의 한 관측소에는 25일 오후 1시까지 무려 169cm의 눈이 쌓였다. 소방방재청은 25일 오전 현재 30명 이상이 중상을, 50명 이상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홋카이도 북부 지역에는 2만 가구가 25일 폭설로 인해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홋카이도전력이 밝혔다. 이 밖에도 일본 북부에서는 기차와 비행기 서비스가 중단되는가 하면, 일본 중서부의 일부 지역에도 교통도 끊겼다. 폭설 때문에 24일 정오 홋카이도 엔가루초에서 80대 여성이 자택 현관 눈에 파묻혀 숨졌다.

이달 중순 영국 전역에서도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가 찾아오는 등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한국을 비롯해 북반구를 덮치고 있다. 이를 두고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거대한 ‘극 소용돌이’가 남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있다. 겨울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류는 북극에서 내려오는 춥고 건조한 공기다. 그런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 주변을 빠르고 좁게 도는 ‘제트기류’도 교란된다. 제트기류가 약해져 아래로 늘어지면, 제트기류를 따라 극 소용돌이도 내려온다. 폭설과 한파가 남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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