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서 "예쁘네, 춤춰봐"… 강요 아니었어도 '성차별' 맞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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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관 전경. 신협중앙회 제공 신협중앙회관 전경. 신협중앙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채용 면접 과정에서 응시자의 외모를 평가하고, 춤과 노래를 시킨 신용협동조합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주 지역 신협 최종 면접에 참여한 여성 응시자 A 씨는 면접위원들로부터 "이쁘시다", "키가 몇인지", "주량은 어느정도 되느냐", "○○과면 끼 좀 있겠다" 등 외모 평가를 들었다.

또 면접위원들은 A 씨에게 "춤 좀 춰보라"며 노래와 춤을 강요하고,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면접을 보는 A 씨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을 마친 A 씨는 '여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면접위원은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혀있지 않아 물어봤다. 용모에 대해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 "긴장을 풀라는 차원에서 '이쁘시구먼'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면접에 참여한 또 다른 임원도 "노래와 춤을 강요한 게 아니라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이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면접위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9일 신협중앙회장에게 채용 지침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직무에 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건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면접대상자와 면접위원의 위계관계를 고려할 때 면접자는 선뜻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7조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법도 성별을 이유로 고용에서 특정인을 배제·구별하는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보고 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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