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들, 어머니 장례식날 “부조금 왜 이리 적어” 89세 아버지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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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기로 2시간이나 때려 잔인하게 살해
“고통 가늠조차 어려워” 징역 30년 선고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고 부동산을 매도했고, 부조금이 적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어머니 장례식날 아버지를 잔인하게 폭행해 살해한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존속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6월 25일 새벽 부산 기장군의 주거지에서 자신의 아버지 B(89) 씨를 둔기로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께 필리핀 국적의 아내와 결혼해 필리핀에서 살던 A 씨는 2021년 11월 귀국했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되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빈곤한 생활이 계속되자 A 씨는 아버지 B 씨가 2012년께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대구 소재의 부동산을 매도한 데 불만을 품게 됐다. 이 부동산은 B 씨 명의였고, 매도 후 주변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었다.

범행이 발생한 지난해 6월 24일은 A 씨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이날 밤 A 씨는 어머니 장례식에 부조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아버지 B 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B 씨는 도망갔지만 이내 다시 잡혔다. 격분한 A 씨는 B 씨가 평소 사용하던 나무 지팡이로 아버지의 머리와 얼굴, 몸통 부위를 마구 내려쳤다. 폭행은 2시간이나 계속됐다. B 씨는 끝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A 씨는 친아들은 아니지만 아내의 아들인 12세 아이에게 폭행을 하는 등 아동학대를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A 씨 측은 아버지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음주와 수면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이 쇠약한 89세 노인이 무방비 상태에서 자기 아들에게 무참히 살해 당해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며칠 사이에 부모님을 잃게 된 유족의 정신적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진지한 참회나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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