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삼성전자 생활가전 전면개편…생활가전도 LG 모바일처럼 되나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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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팀 2개에서 5개로 세분화
영상·모바일 부문 임원 6명 인사발령
한종희 부회장 “프리미엄 제품 확대”

삼성전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네오 QLED 8K’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네오 QLED 8K’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생활가전사업부의 부활을 위해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한데 이어 개발팀도 전면 개편했다. 생활가전사업부의 부진은 삼성전자가 지나치게 반도체 사업에 올인한 것과 무관치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산하 키친, 리빙개발그룹 등 2개 팀을 냉장고,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의류케어, 청소기 개발그룹 등 5개 팀으로 세분화했다. 개발팀 산하 소프트웨어개발그룹도 제품군별로 5개로 구분했다.

연초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 임원 6명을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으로 인사 발령냈다.

앞서 삼성전자는 선행연구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하고 팀장에 이준현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부사장을 선임했다. 삼성리서치 내에 생활가전 담당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말에는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모집하며 일시금 2000만 원 지급 등의 파격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가전사업부와 관련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최근 가전 시장의 수요 침체를 극복할 혁신 제품 개발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하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목표는 1등이다. 생활가전 사업을 DX부문의 성장동력이 되도록 키워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생활가전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하게 아직 1위를 하지 못한 사업 분야다. 앞서 경쟁사인 LG전자는 2021년 미국 월풀을 처음으로 제치고 사상 처음 연간 매출 기준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비교가 됐다. 글로벌 가전 시장은 TV 시장의 3배 넘는 3400억 달러 규모다.

한 부회장은 “비스포크 가전의 핵심 가치인 디자인, 지속 가능, 연결성의 3개 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에 인공지능(AI) 에너지 모드 적용을 가속하고, 인피니트 라인 같은 프리미엄 제품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작년 세탁기 유리문 깨짐 사고로 논란이 된 데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TV를 담당하는 CE사업부는 2000억~3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작년 10월에는 무풍 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의 개발을 주도했던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돌연 사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다 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면서 “LG전자가 부진을 겪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던 스마트폰 부문처럼 삼성전자도 반도체와 모바일이 주력인 상황에서 생활가전까지 끌고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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