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없는 지방,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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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도 수도권 쏠림 의료 공백 위기
지역에 헌신할 인재 양성 시스템 절실

의대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 부산일보DB 의대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 부산일보DB

최근 3년 동안 부산 지역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둔 학생이 57명에 이르고 이중 대다수가 다른 지역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확대해 보면, 의대 중도 탈락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비수도권 소재 의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입에 재도전하려는 지역 의대 ‘반수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극화 현상, 다시 말해 수도권 집중이 의대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심사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그 피해를 지역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데 있다. 지역 의대생 감소는 지역 대학의 위기, 나아가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더 큰 위험으로 이어져 지역 소멸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지역의 의료 현장에는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급이 힘들다는 아우성이 넘쳐나고 있다. 마지막 한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움마저 들 정도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의료 인력의 유출을 막는 제도적 강제가 그래서 꼭 필요하다. 현재 수시전형에서 지방권 소재 의대의 지역 인재 40% 선발이 의무화돼 있지만, 수능 고득점자는 대체로 정시에서 지역 의대에 합격한 뒤 수도권 재도전을 위해 반수나 재수를 하는 전략을 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지역 인재를 지역 의대에 제대로 뽑아 교육하고 지역 의료 현장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것이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과 지역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제 도입도 절실하다. 의대 신입생 선발 때 비수도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로 진전된 사회적 논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역시 진척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의사 인력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필수의료 육성과 의대정원 확대를 의료개혁 기치로 내건 이번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중앙과 지방의 의료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면서 지역 의료 인프라까지 무너지면 지역민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마저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의료 혜택은 고사하고 의사가 태부족한 사지로 내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수련하고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비수도권 전공의 비중을 높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의료계 역시 ‘이기주의 집단’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지역에 헌신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지역의 의료 공백을 막는 일에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 의사 없는 지방, 더는 방치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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