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북한 ‘김주애 후계자설’…통일부 “가능성 열어두고 주시”(종합)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정은 8일 건군절 기념식에 딸 김주애 동반, 중앙 자리 앉혀
지난해 말부터 집중 부각, WP “후계자라는 분명한 신호 보내”
다만 어린 나이, 여성 지도자 수용할지 불투명하단 시각도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운데)가 주석단에 자리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운데)가 주석단에 자리한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는 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딸 김주애를 집중 부각하면서 ‘후계자설’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후계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지난 7일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기념연회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 부부 가운데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데 대해 “김 위원장 가족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과시하는 이미지 연출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김주애의 대외 공개가 늘어난 것과 관련, “김정은의 세습정치에 대한 의지를 북한 주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국정원의 기존 판단보다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김주애와 함께 참석한 건군절 기념식 연설에서 “동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할 것을 확언하면서 우리 인민 군대 앞에 ‘혁명의 전위’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위’는 선두의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데 김주애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주애에 대한 북한 매체의 호칭도 ‘사랑하는’ ‘존귀하신’에서 이번엔 ‘존경하는’으로 달라졌다. 이날 북한은 김주애가 김정은·리설주 가운데 앉아 있고 북한군 수뇌부가 병풍처럼 둘러선 사진도 공개했다. 이에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10∼11세로 추정되는 주애가 통상 리더를 위한 자리인 사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준다. 테이블에서 최고위 장성들이 이 가족 뒤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며 “김정은은 딸이 예상되는 후계자라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고 보도했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시작으로 11월 26일 ICBM 개발과 발사 공로자와 기념사진 촬영 행사, 지난 7일 건군절 75주년 기념 연회 등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그러나 이제 열 살 남짓한 김주애를 후계자로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가부장제 국가인 북한에서 여성 통치자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군 행사에 딸을 데리고 다니는 데 대해 북한의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내세워 핵 미사일 강화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는 김정은의 딸 이름이 김주애인지 여부와 김 위원장의 다른 자녀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