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상여금 영향에 1월 가계대출 4.5조↓…역대 최대폭 감소
전체 금융권 주담대 8년 만에 처음 감소
은행 수신 잔액도 두 달 연속 감소세
기준금리 상승과 부동산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상여금 등으로 상환 여력은 커지면서 올해 1월 은행 가계대출이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 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 6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작년 9월 이후 11월까지 계속 뒷걸음치다가 12월 3000억 원 늘었는데,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월 감소 폭(-4조 6000억 원)은 해당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98조 8000억 원)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253조 2000억 원)이 4조 6000억 원 축소됐다.
특히 신용대출은 높은 금리에 강화된 대출 규제, 명절 상여금 등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감소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 대출도 지난달 8조 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015년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전월보다 감소(-6000억 원)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7조 4000억 원 급감했다.
업권별로는 가계대출이 은행권에서 4조 6000억 원, 제2금융권에서 3조 4000억 원 빠졌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1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178조 2000억 원으로 한 달 새 7조 9000억 원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6조 6000억 원, 1조 3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은행 기업대출은 연말 일시 상환분 대출 재취급,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여신(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198조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45조 4000억 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이 59조 5000억 원이나 빠져나갔는데, 2002년 1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 기록이다. 정기예금도 예금금리 하락과 함께 9000억 원 감소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