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만시지탄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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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정치부장

20년 요구 부울경특별연합 종료 앞둬
주민 불편한데 행정 조직 미비 지속
비용 들고 실익 없어도 추진해야 할 일
광역단체장 부울경 협력 노력 보여야

얼마 전 부산시 인사 명단에서 ‘부산·울산·경남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을 이끌던 이재형 사무국장이 교육 파견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부울경특별연합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부울경특별연합 실무의 최일선에 선 공무원이었다. 그는 특별연합이 난관을 만날 때면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문자를, 또 성과라도 나면 ‘행복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대표선수’ 격인 이 국장의 부재는 부울경 행정 조직 내에 특별연합을 진행할 기구가 더는 없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실제 그의 인사에 뒤이어 부산시의회가 울산시의회와 경남도의회에 이어 지난 8일 본회의를 열고 ‘부울경특별연합 규약 폐지 규약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행정안전부 승인·고시 절차가 남았다지만 부울경이 추진 중단 결정을 내리는 순간 특별연합 추진은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서야 털어놓지만 특별연합이 불안정한 형태의 도시 결합이라는 생각을 내내 지우지 못했다. 개별 광역지자체와 광역의회를 유지하면서 또 다른 행정 조직인 특별연합을 둔다면 과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지 의구심이 컸다. 특정 사안을 놓고 대표성 논란이 불거진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도 의문이었다. 부울경특별연합이 본격적으로 운영돼도 과연 부울경 미래를 밝힐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본질적인 물음에도 마땅한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간사이광역연합 취재 차 지난해 8월 오사카를 찾았을 때 의문들이 막연한 불안감 때문은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간사이광역연합 간부 공무원은 간사이광역연합 역할의 한계를 걱정했다. 간사이광역연합은 세계적으로 메가시티 성공 사례였다. 당시 가슴이 턱 막혔던 기분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는 간사이광역연합도 2010년 출범 때 정한 방재, 관광·문화·스포츠 진흥, 산업 진흥, 의료, 환경보전, 자격시험·면허, 직원연수 등 7개 사무에서 더는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능적·실용적 결합에 머물고 있을 뿐 화학적·본질적 결합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부울경특별연합은 폐지 역시 불안정한 결합의 결정체답게 드라마틱했다. 부울경 3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더는 못 하겠다고 합의한 순간 부울경특별연합 항해는 끝나버렸다.

부울경특별연합 중단은 여러 한계와 문제에도 오래도록 안타까운 도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와 논의 끝에 불안정한 형태이지만 현 단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점에서다. 행정이 불필요하게 끼어드는 경제동맹이나 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행정통합은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간사이 사례를 참고해 부울경특별연합은 40개 사무를 정해 더 확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보완했다. 대다수 주민도 기대를 걸었다. 많게는 80% 넘는 주민이 ‘특별연합 추진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부울경에서는 한 번 도전해 볼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는 의미다.

3개 시·도 단체장은 중단 이유로 ‘비용만 들고 실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울경특별연합을 추진해야 할 이유다. 부울경 주민은 이미 메가시티에 살고 있다. 누가 등 떠민 일도 아니고 부울경이 하나여야 한다는 의무감의 발로는 더욱 아니다. 해운대구 아파트에 사는 이웃은 울산 온산공단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부산 북구에 사는 지인은 중학교를 마친 아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경남 양산으로 이사를 갔다. 부산외곽순환도로가 생기고 나서는 주말이면 경남에서 부산 기장과 해운대를 찾는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진다. 시·도 경계 때문에 불편한 도시가 됐다는 의미다.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원활한 경제 활동을 도와야 할 행정은 아직 뒷받침 역할을 못하고 있다. 비용이 들고 실익이 없는 일을 행정기관이 못 하겠다면 어느 영역이 해결하라는 말인가.

빨대 효과를 부울경특별연합의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반대한다. 경남과 울산의 인구와 기업이 부산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향하는 직경이 더 큰 빨대를 막는 일이 급선무다. 누구도 대놓고 언급하지 못했지만 부울경특별연합의 숨은 요체는 부울경에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울경 이탈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내부에 중심지를 새로 만들자는 불가피한 해법이다. 말하진 않아도 중심지가 새로 생긴다는 사실은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았다. 부울경 여러 지자체가 특별연합 사무소를 유치하려고 쟁탈전도 벌어지지 않았나.

3개 시·도 단체장은 부울경을 묶기 위한 노력에 더 매달려야 한다. 수많은 반대에도 부울경특별연합 추진을 중단시킨 일이 그들의 전횡으로 기억되지 않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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