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운동맹 '2M' 해체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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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세계 최대 선사 MSC·머스크 결별 예고
2년 후 새로운 동맹 결성 가능성 있어
부산항 터미널 이용에도 큰 변화 예상
시장 재편 예의주시해 득실 잘 따져야

지난 4일(음력 1월 14일)은 절기상 계절이 봄으로 접어든다는 입춘(立春)이었다. 한지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적은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면서 한 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다. 필자도 지난해 붙인 낡은 입춘첩을 떼어 내고 새로운 입춘첩을 써 붙이며 올 초 계획한 일들이 순조롭게 잘 이뤄지기를 소망하였다. 개인적으로 봄이 오면 어린 시절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밤을 새워 읽으면서 영웅호걸의 무용담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소설책 첫 페이지에 그려져 있던 복숭아나무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에서 유비·관우·장비가 형제의 의를 맺고 대의를 도모하는 결의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나라 촉과 위·오나라 등 3국의 패권 다툼을 둘러싼 흥망성쇠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에도 〈삼국지〉의 3국과 같은 3개의 주요 동맹(얼라이언스·Alliance)이 있다. 2M, 디 얼라이언스(TA·The Alliance), 오션(Ocean) 얼라이언스다. 3개 해운동맹은 전 세계 항로를 각각 40%, 35%, 25%씩 점유하고 있어 ‘해운의 삼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해운동맹은 2015년 결성된 2M이다. 지난달 25일 2M은 2년 후인 2025년 1월 동맹을 해체한다고 밝혀 세계 해운·항만 업계에 파문을 던졌다. 2M은 세계 1·2위 해운사인 스위스 엠에스시(MSC)와 덴마크 머스크(Maersk)로 구성돼 있다. 두 회사의 중장기 발전에 대한 입장 차이와 글로벌 시장의 반독점법 강화 등으로 2M 동맹의 해체가 어느 정도 예견돼 왔지만, 10년 만의 해체를 공식화하면서 세계 해운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선사인 우리나라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돼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와 대만 양밍(Yangming), 싱가포르 오엔이(ONE)가 이 동맹의 회원사이다. 오션 얼라이언스에는 프랑스 씨엠에이씨지엠(CMA-CGM), 중국 코스코(COSCO), 홍콩 오오씨엘(OOCL),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이 소속돼 있다. 이런 가운데 MSC와 머스크가 2년 뒤 2M을 해체하고 각각 독자 노선을 걸을 경우 세계 해운동맹 체제는 3개에서 4개로 나뉘게 된다. 또 두 선사가 다른 파트너 선사를 찾아 새로운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은 3개 해운동맹 모두 부산항을 기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해운동맹은 지난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무려 67%를 처리했다. 그리고 3개 동맹의 10개 회원사는 부산항 총 수출입 물량의 55%를, 전체 환적화물의 77%를 각각 처리했다. 이 때문에 부산항 항만 당국과 터미널운영사들은 항만 운영전략과 물동량 계획 등을 위해 2M 해체를 비롯한 해운동맹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3개 해운동맹은 현재 동맹별로 부산항에 주력 터미널운영사를 선정하고 중장기 계약을 체결해 이용하고 있다. 2M은 부산항 신항 2부두를, 디 얼라이언스는 신항 3부두와 4부두를, 오션 얼라이언스는 신항 5부두를 주력 터미널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2M 동맹의 해체 이후 MSC와 머스크, 디 얼라이언스와 오션 얼라이언스의 주력 기항 터미널 계약에도 변화가 생길지, 변화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지가 부산항을 포함한 국내 항만 업계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으로 다가올 3개 해운동맹의 구조와 체제 변화는 글로벌 해운 노선과 연결된 아시아 역내 노선, 한국·중국·일본 피더(Feeder) 노선 체제에도 연쇄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2M 동맹의 해체를 전후해 아시아 역내 선사와 피더 선사들이 이용하는 터미널 계약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산항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신항 서컨테이너부두의 터미널 개장, 북항 자성대부두 운영 중단을 앞둔 터미널운영사의 신감만부두 이전이 예정되어 있다. 선사와 터미널 간 짝짓기(페어링·Pairing)에 현재의 이해관계는 물론 향후 전망 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득실 계산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의 예정된 해체는 글로벌 해운시장과 항만·물류 업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변화 속에서 선사와 터미널운영사들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2025년 1월 이후 또는 그 이전에 닥칠 것으로 보이는 세계 해운동맹의 변화가 국내 해운·항만·물류 업계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변화의 바람을 순조롭게, 우리에게 이로운 쪽으로 잘 타야만 할 것이다. 부산항 관계 기업들과 국적 선사 HMM이 MSC와 머스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잘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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