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서비스 로봇 시대 부산 미래는 괜찮을까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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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지금에 와서 보면 유치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20~30년 전 개봉했던 공상과학(SF) 영화의 걸작들 얘깁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거장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1987년부터 1990년까지 내놓은 영화 ‘백투더 퓨처’ 시리즈에선 ‘2015년 미래’에 택시가 하늘을 날고, 드론이 강아지를 산책시킵니다. 자동으로 끈이 묶이는 운동화와 소매 길이가 몸에 맞게 줄어드는 점퍼도 나왔죠. 돌이켜 보면 마냥 허황된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 속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찾은 음식점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로봇이 열심히 쌀국수를 말아 주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니, 퇴식 로봇이 테이블 앞으로 왔습니다. 3년 전 여행을 갔을 때 식당에서 서빙 로봇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식당 이모와 삼촌을 대체한 서빙 로봇의 등장은 꽤 지난 일이지만, 로봇이 우리 일상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실제 로봇은 여기저기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편의점에선 로봇이 치킨을 튀깁니다.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진풍경에다, 맛도 좋아 ‘치킨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무인로봇카페도 있습니다.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에서 주문하면 로봇이 직접 커피를 내려줍니다. 서빙 로봇, 퇴식 로봇, 쌀국수 로봇, 치킨 로봇, 커피 로봇…. 부산의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로봇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서울은 어떨까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로봇들이 대거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로봇 기업들은 서비스 로봇의 적용 영역을 넓혀가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 대기업들도 자체적으로 AI(인공지능)와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서거나, 로봇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산업용 로봇에 국한됐던 로봇이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건 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코로나19는 특히 요식업 분야에서 로봇 시대를 더욱 빨리 불러왔습니다. 업주들은 위드 코로나와 함께 손님들이 돌아오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로봇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로봇은 비대면 소비 기조에도 잘 부합했습니다. 업주들은 직원들과의 갈등이나 감정 소비를 피할 수 있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어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손님들에게도 역시 가게의 개성과 ‘손맛’이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속도와 편리함, 위생의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로봇은 AI와 결합하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느낍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0만 개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로봇의 진화에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가도, 로봇이 활보하는 부산의 미래를 그려 보면 께름칙함이 영 가시지 않습니다. 부산은 전통적인 기계·자동차부품·조선기자재 산업이 쇠퇴하고 있고, 산업 고도화를 위한 산업 구조 재편 역시 요원합니다. 대기업이 적고 제조업 기반도 약해지다 보니, 서비스업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산 일자리의 서비스업 비중은 74%나 됩니다. 서비스 로봇의 확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현실과 오버랩되며 부산의 미래가 더욱 애처로워집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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