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위드 디자인] 챗GPT, 새로운 도구의 등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스마트폰 이후 최대 인터페이스 변화
질문과 글쓰기의 중요성 새롭게 부각
직관적 창의성 더해져야 솔루션 획득

지난 11월 오픈 AI가 챗GPT를 공개한 후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5일 만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구글이 검색엔진이라면 챗GPT(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는 생성적 사전 학습을 기반으로 한 채팅 서비스다. 에세이도 써 주고, 프로그램 코딩 숙제도 하고, 책이나 논문 요약도 가능하다. 똑똑한 비서와 대화하는 것 같다. 애매하게 질문해도 일단 답이 나온다. 말투와 문법이 너무 완벽해서 일단 그럴듯해 보이지만 엉뚱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허당끼도 있다.

나도 궁금하던 차에, 칼럼을 한번 챗GPT로 써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챗GPT와 디자인과의 관계에 대한 에세이 개요를 쓰세요”했더니 5초 만에 개요가 나온다. 물론 영어가 빠르고, 유료로 이용하면 내용은 더욱 정교해진다. 힘이 쭉 풀렸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개요 잡는 데도 일주일 이상 걸리기에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이라고는 없는 챗GPT의 일단 던지고 보는 글쓰기 실력에 주눅이 들어 버렸다.

꽤나 충격적이다.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보니, 2010년 아이폰을 처음 사용해 보고 느낀 충격과도 비슷하다. 2009년 삼성에서 아이폰에 대응해 내놓은 첫 스마트폰인 옴니아는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혀 스마트하지도 않고 복잡했다. 그런데 2010년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의 첫 반응은 삼성은 곧 망하겠다 싶었다. 새롭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터치감과 처리 속도, 너무 편하고 쉬웠다. 인터넷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런 애플의 놀라운 사용성의 혁신으로 인해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다. 새로운 서비스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 같은 챗GPT의 첫인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폰 이후 최대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예상된다. 인터넷의 발전 이후, 검색엔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생활의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우리에게 이미 다가온 기술인 AI를 챗GPT는 사람들이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서비스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후 특히나 메타버스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과 상호 소통하는 방식, 즉 UI(사용자 환경)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전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생활 가까이에서 느껴지지 않았다면, 챗GPT 이후에는 쉬운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둘째, 질문의 중요성, 글쓰기의 중요성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채팅의 결과가 달라진다. 그림 그려 주는 AI 도구인 ‘미드저니’로 그린 그림이 미국 미술 공모전에서 디지털아트 부문 1등을 했다. 작가는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지시하는 말을 바꿔 가면서 그렸는데 총 4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결국은 어휘력과 문장력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자료를 찾아 주고, 그림을 그려 주지만 AI는 사람의 지시를 받는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질문은 인간이 한다. 인간 중심 디자인인 디자인 씽킹에서도 제대로 된 질문은 필수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고객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걸로 유명하지만, 기존의 마케팅 조사에서는 질문의 방식이 잘못되었기에 제대로 인사이트를 뽑아내지 못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위해서, 인간의 무의식까지도 드러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질문의 힘이다. 여전히 제대로 된 질문을 요하는 사용자 인터뷰 기술은 필수적이고 AI와 공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셋째, 자료 수집 시간이 줄어들어 업무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최근 2030 직장인들이 챗GPT 공부에 진심이다. 관련 유튜브 조회수도 폭발적이고,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도 챗GPT 강의의 인기가 높다. 디지털전환의 시대다. 어느 분야든 자신의 업무에 신기술을 적용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제대로 AI를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많은 일들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가 창의적인 일까지는 못할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창의적인 지능까지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창의성의 요소 중 하나인, 패턴을 찾아내는 일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특히 분석력은 아주 뛰어나다. 그럼에도 아직 한계는 있다. 새로운 혁신의 방법론으로 디자인 씽킹은 “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분석적 숙련과 직관적 독창성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가 50 대 50으로 조화를 이룰 때 디자인 씽킹이 일어난다. 분석된 데이터와 정보와 지식 위에 지혜가 쌓이는 순간, 직관적인 뇌의 활동이 일어난다. 우리 인간은 더욱 직관력과 상상력의 능력을 연마할 떄이다.

도구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새로운 도구가 다가오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창의성과 직관의 영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 도구가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력을 키우는 데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