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즈넉한 일상으로 돌아간 ‘우영우 팽나무’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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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기
천연기념물 창원 북부리 팽나무
하루 2000명까지 찾던 관광객
드라마 종영 뒤 이전 수준으로
창원시, 6월께 관리 예산 집행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이후 ‘소덕동 팽나무’는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끊기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모습.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이후 ‘소덕동 팽나무’는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끊기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모습.

“그때보다 많이 외로워진 모습이지….”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서 만난 주민 장용석(60) 씨는 마을 뒷동산 꼭대기에 있는 팽나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팽나무는 멀리서 봐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웅장했던 그 나무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봄이 오면 다시 잎이 피고, 사람들도 (팽나무를)많이 찾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장 씨는 농사를 짓다가 온 듯 군데군데 흙이 묻은 모습이었다. 동부마을은 드라마 전 일상으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이 붐비던 팽나무 아래에는 겨우 4~5명이 다였다. 아기를 안은 채 팽나무를 둘러보던 30대 부부는 “원래 이런 분위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인근 파크골프장을 찾았다가 들렀다는 문상만(64) 씨는 “둘러보기는 좋은데 나무는 생각보다 휑하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께 복작거리던 마을과 잎이 풍성하던 팽나무를 모른 채 발길을 돌렸다.

드라마 7·8회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도로 건립 계획에 따라 존폐 위기에 있던 마을을 구하는 실마리로 소개된다. 방영 이후 마을은 하루아침에 창원의 관광 명소가 됐고, 주말이면 1000~2000명이 방문해 연일 동네가 시끄러웠다.

그 여파로 문화재청과 창원시 주도하에 동부마을 팽나무는 지난해 10월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마을 당제를 지낸 점 등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높고 경관도 좋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높이는 16m에 둘레는 6.8m로 수령은 500세로 추정된다.

36가구 70여 명이 거주하는 시골 작은 마을이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많은 방문객이 팽나무를 보러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드라마 완결 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소 적막해졌다.

방문객 주차 편의를 위해 마을 공동경비로 마련한 마을회관 옆 약 500평의 주차장에는 차량 3~4대만이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2시간여 동안 10명 내외만 방문했다. 주로 창원시민이다. 그나마 아직 주말에는 외지인이 많이 찾아 200~30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장 씨는 “마을을 방문한 도시 사람들은 유난히 대화를 많이 나눈다. 대화하기 편하게 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마을 길도 2차로로 확대하고, 꽃이라든지 다른 볼거리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마을 손님을 먼저 배려하고 있었다.

당장 행정·재정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원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용역 실시, 사업 확정, 예산 마련, 예산 지원 등을 거치는 게 수순이지만,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급하게 지정돼 용역 전 미리 예산 규모를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창원시는 오는 6월 1차 추경을 통해 국·도·시비 총 5억 7600만 원을 마련해 집행할 계획이다. 용역은 곧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천연기념물 보호·관리·활용 방안과 편의시설(주차장·화장실 등) 마련 방안을 구체화한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마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옛날(드라마 방영 전)하고 크게 바뀐 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우영우는 남아 있었다. 마룻바닥을 닦던 어르신이 쥔 수건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로고가 보였다. 윤종한(62) 동부마을 이장도 “미흡하지만 부락을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겨우내 휑했던 동부마을 팽나무는 다음 달쯤이면 잎이 자라고 꽃도 피면서 다시 생기를 찾는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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