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나는 왜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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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 국장 덕양초 교사

지난 8일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방영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방송으로 교권 추락의 민낯이 드러났다. 어느 학교의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해서 직위해제가 되었다더라, 어느 학교의 모 교사가 자살을 했다더라 하는 풍문처럼 떠돌던 이야기들은 방송을 통해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나도 아동학대 교사였다. 수업 시간에 자꾸 뒤돌아보며 친구들에게 게임 이야기를 하던 김 군의 이름을 부르며 바로 앉으라고 지적했다. 다투는 학생들을 불러서 잘못한 점을 짚어주고 서로 사과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다독였다. 가위나 칼을 들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학생 손목을 잡고 빼앗기도 했다. 지금까지 교실에서 했던 모든 훈육이 다른 이름으로는 아동학대였다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고소의 위기를 넘겨왔는지 깨닫고 가슴이 철렁한 교사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유 불문하고 교사에게 지적을 받아서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아동학대가 된다.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사과를 종용하는 것도 아동학대가 된다. 다른 친구를 때리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행동을 말리려는 의도로 손을 잡았다 해도 교사가 아동의 몸에 손을 대면 아동학대가 된다. 학생과 교사의 성별이 다르다면 성추행이 되기도 한다.

교권 추락으로 인한 ‘교실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사는 법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던 초·중등교육법 20조는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2항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구체적인 시행령의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지도마저 아동학대 신고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교사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희망이 바로 생활지도법으로 불리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이 된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무너진 교권의 피해자는 교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선생님의 말씀을 찰떡같이 믿고 따르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은 매일의 실수와 훈육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격려 받는다. 내 자식의 잘못은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 주길 바라는 부모가, 내 자식이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누구도 야단쳐서는 안된다고 날을 세우는 부모보다 훨씬 많다. 교사들이 아동학대의 위협에 움츠러들어 정당한 생활지도를 포기하지 않기를, 학생 생활지도법의 시행령이 6월 전 제대로 마련돼 교사와 아이들의 소중한 교실을 지켜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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