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로 국가균형발전 이끌어야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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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박수영 의원, 법안 대표 발의
원전 떠안은 부산·울산·경북·전남
전력 소비 많은 서울과 요금 동일
산자중기위 등 ‘불공정 문제’ 지적
데이터센터 지역 이전 등 긍정 효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호(왼쪽부터)·4호기와 공사 중인 5·6호기.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호(왼쪽부터)·4호기와 공사 중인 5·6호기. 연합뉴스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이하 차등요금제)를 담은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부산일보 3월 20일 자 1면 보도)된다. 다수의 원자력발전소를 떠안은 영·호남은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덜 쓰지만 발전량은 적으면서 소비 규모가 큰 서울 같은 지역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부담했다. 부산만 해도 전력 생산량이 서울의 10배를 넘지만 소비량은 50%를 밑돈다.

원전 등 발전소를 낀 전력 생산 지역과 전력 대부분을 집중 소비하는 서울이 같은 요금을 내는 모순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차등요금제 도입 요구가 점점 거세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설정한 국정과제인 국가 균형발전 추구와도 궤를 함께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21일 제시한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별 발전량과 전력소비량 현황을 보면 원전을 끼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전력 소비량(판매량)보다 발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리)의 발전량은 4만 6579GWh이지만, 소비량은 2만 1494GWh에 그쳤다. 소비량은 발전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서울의 발전량은 부산의 9% 수준인 4337GWh에 그친다. 하지만 소비량은 4만 8789GWh로 나타났다.



또 다른 원전 보유 지역인 울산(새울)도 3만 3641GWh를 생산하고 3만 2919GWh를 소비해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았다. 경북(월성·한울)도 발전량은 8만 9843GWh에 달했지만 소비량은 4만 4601GWh에 머물렀다. 전남(한빛) 역시 발전량(5만 9381GWh)이 소비량(3만 4665GWh)을 압도했다. 원전 등 발전소를 낀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전력 소비 규모가 큰 서울에 제공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에는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나마 인천(발전량 5만 4283GWh, 소비량 2만 5507GWh)은 한국남부발전과 중·서부발전이 위치해 자체 전력량이 많다. 경기도는 전력량(발전량 8만 5781GWh, 소비량 14만 531GWh)만 보면 높은 편이지만, 서울과 마찬가지로 소비량과의 격차가 커 다른 지역 전기를 끌어 쓰는 형국이다.

차등요금제는 전기 생산은 지역에서 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된 ‘소비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달 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제 도입과 관련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전력 소비량이 많은 수도권이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산자중기위는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전기요금은 발전소와의 거리 등과 상관없이 지역별로 동일한 단가를 책정한다'며 '이 때문에 발전·송전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 차이를 요금에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차등요금제에 힘이 실리는 것은 글로벌 기업 유치 등 국가 차원의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정부의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 따라 경기도 용인시에 215만 평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우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경기도 전력량 자급도는 턱없이 낮다. 이 때문에 원전 소재지 등이 ‘전력 생산지’로서 발전량을 부담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장거리 송전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운송 비용이 투입되는데다 송전선이 길어지면 전기 손실률이 높아져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차등요금제를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미국의 소매전기요금 지역 차등가격 사례를 참고했다. 원전 등 발전소 밀집 지역 인근의 전기료를 더 싸게 차등 적용하는 미국 LMP(지역별 한계가격)처럼 차등요금제를 적용해 지역 발전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송전거리가 멀수록 높은 전기료를 부과하는 ‘거리정산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차등요금제 도입에 힘을 보탠다. 다만 차등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전기요금을 덜 내고 전기를 집중 소비만 하는 지역은 전기요금이 더욱 비싸질 수 있는 만큼 수도권의 반발, 공공재 요금 역차별 우려 등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원전이 있는 부산은 여러 규제로 도시 성장에 지장이 있지만 수도권과 같은 전기요금을 낸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부산 시민이 겪어 온 불공정, 부정의를 해결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전기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등이 부산으로 이전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국토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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