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여파,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 쟁탈전 치열

나문기 기자 mg@bonmed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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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거래, 전체 가상자산 거래 중 60%
‘낮은 거래량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대안’
기관 투자자 확보로 수익 구조 다변화 노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FTX 아레나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FTX 아레나 로고. AP연합뉴스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따라 파생상품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 가상자산 파생 거래소 중 하나인 FTX의 몰락이 되레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현물(Spot) 시장의 거래량과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가상자산 파생상품(Derivatives)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의 몰락이 다른 거래소들이 시장에 진입할 계기를 마련했고, 이러한 계기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 거래소들의 의중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 전체 거래량에서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또한 탈중앙화된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인 dYdX, GMX 등은 모두 11월 FTX 붕괴 이후 거래량이 증가하기도 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가상자산 거래 중 현물과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거래량 추이 비교. 크립토컴페어 제공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가상자산 거래 중 현물과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거래량 추이 비교. 크립토컴페어 제공

블룸버그는 “올해 초 제네시스글로벌(Genesis Global Holdco LLC)과 같은 가상자산 대출기관이 파산함에 따라 기관 거래자들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것도 파생상품 시장이 주목받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재 소매 거래자의 현물 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고, 그마저도 약세장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 확보를 통한 수익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팔콘X(FalconX)의 기관투자 담당자인 데이비드 마틴(David Martin)은 보도를 통해 “파생상품은 롱숏과 같은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하고, 포트폴리오를 헷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주기 때문에 기관들은 현물 거래보다 선물과 옵션과 같은 상품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반등도 파생상품 거래 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비트코인은 전통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3월 8일 이후 약 25%의 상승률을 기록해 한때 3만 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장 환경 예측이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파생상품 거래량은 증가한다.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거나 위험을 헷지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1월 미국 파산법원이 FTX 자회사들의 매각 승인하면서 블록체인닷컴, 제미니 등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FTX US 파생상품(구 렛저X)’ 매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나문기 기자 mg@bonmed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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