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피의자' 아닌 '사기 피해자'인줄 알았다
지난해 12월 검찰 송치, 이달 21일 영장실질심사 열려
롯데 구단, 송치 3개월 다 되도록 입건 사실조차 몰라
서준원은 법원 구속 심사 전날까지 시범경기 등판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허술한 선수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롯데는 소속 선수가 이미 수개월 전에 미성년 관련 범죄로 입건됐음에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 구단은 해당 선수에 대한 퇴단 조치를 내리고 팬들에게 사과했지만, 허술한 선수 관리 체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일보>가 사건을 단독 보도한 2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투수 서준원(22)을 방출했다. 롯데 구단은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수위 징계인 퇴단을 결정했다”며 “구단은 선수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고 앞으로 엄격하게 성인지 교육을 시행하여 엄정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이강훈 대표이사는 23일 서준원에 대한 방출 결정과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대표이사는 “구단의 소속 선수가 일으킨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구단은 선수의 관리 소홀을 인정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부산일보>는 첫 단독 보도를 하기 전인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서준원과 롯데 구단에 여러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서준원은 22일 <부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입건된 적도,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적도,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자신의 입건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서준원은 21일 법원에 출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유에 대해서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 자격으로 가해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갔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롯데 구단의 대응 또한 허술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부산일보>에 “서준원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입건된 적도 없다”고만 거듭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추측건대 서준원과 동명이인인 사람인 건 아닌지”라는 언급까지 하며 “서준원과 관련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도덕적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롯데 구단은 결국 ‘사기 사건’으로 둘러댄 서준원의 거짓 해명을 듣고도 추가 확인 없이 “사기 도주범을 잡기 위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한 것”이라는 그의 일방 주장을 그대로 언론에 전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롯데 구단은 서준원이 지난해 말 미성년자 관련 범죄로 입건됐음에도 서준원을 지난해 12월 초 호주 프로야구리그 질롱 코리아에 합류시켰다. 롯데는 서준원을 괌과 일본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에도 합류시켰다. 서준원은 최근 치러지고 있는 2023시즌 KBO 리그 시범경기에도 출전했다. 서준원은 법원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었던 21일의 바로 하루 전날인 20일에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투수로 나섰다.
결국 롯데 구단은 서준원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해 12월 말 이후 3개월이 다 되도록 서준원의 입건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롯데 구단은 <부산일보>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실 확인 노력 없이 서준원의 ‘입’만 바라보며 사실상 진상 파악에 손을 놓고 있었다.
롯데 구단은 23일 서준원이 뒤늦게 입건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야 부랴부랴 방출 결정을 내렸지만, 소속 선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편 서준원은 지난해 말 부산 동래경찰서에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서준원을 이 같은 혐의로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서준원의 구속 수사 필요성을 인식하고 서준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21일 서준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서준원은 21일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부산구치소에서 대기했고, 22일 오전 풀려났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23일 서준원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 등)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한수·안준영·탁경륜 기자 hangang@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