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경남 행정통합…'희망고문'식 안 돼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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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27일 경남도청서 첫 관련 토론회 개최
5월엔 부산·진주서도 시민 여론 수렴
추진 실익·부작용 등 제대로 설명돼야
낙관론 경계…시·도민 납득이 출발점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27일 경남도청에서 1차 행정통합 토론회를 열고 이어 5월에 부산과 진주 순으로 모두 3차례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다. 또 올 상반기 중에 양쪽 시·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행정통합의 세부적 추진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5월 말∼6월 초 사이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경남도와 부산시가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분석해 후속 절차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행정통합 논의는 지난해 말 국내 첫 ‘메가시티(초광역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무산되면서 나온 대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박완수 경남지사가 행정통합 제안을 한데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를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초 행정통합 제안에는 울산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김두겸 시장이 “울산이 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거절함에 따라 통합대상은 부산·경남으로 좁혀졌다. 당시 박 도지사는 “명확한 법률적 지원 근거없는 초광역협력은 그저 또 하나의 명칭에 불과하다”면서 “수도권의 대응은 필요하나 특별연합은 실익이 없고 공동사무처리 방식, 특별권한 및 재정 인센티브의 부재 등으로 행정통합이 본래의 취지와 맞다”고 주장했다. 요점은 실익 없는 ‘옥상 옥’ 형태의 특별연합보다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행정통합으로 바로 가자는 취지였다. 이후 부산시 행정자치국장과 경남도 정책기획관 등 양측 담당 공무원 8명으로 ‘행정통합 실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차례에 걸쳐 실무 관련 협의와 논의를 진행했지만 잠시 주춤했다. 이달 초 진행된 2030세계박람회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현지 실사 일정 때문이다. 부산시는 현안을 우선 처리하고, 경남도는 잠시 기다려주는 형식을 취했다. 세계박람회 실사 일정이 마무리된 만큼, 양 시·도의 행정통합 논의는 이제부터 본격화 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양 시·도의 주인인 주민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행정통합이라는 용어 그 자체가 생소한데다, 주민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통합의 실익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전임 김경수 도지사 때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또 행정구역과 국가기관 등의 관할구역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서비스 권역 개선 전담반(T/F)’으로 오해하는 사례도 있다. 사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실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조차 절차와 실익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입장인 것 같다. 이제까지 국내 광역자치단체간 행정통합이 성사된 사례가 없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위해선 우선 기본방향(안) 수립과 주민투표,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광역자치단체의 행정통합에 대한 절차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점과 반드시 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점만 참고할 뿐이다. 주민이 찬성하고 양 시·도가 통합에 동의해도 국회 차원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시·도는 우선적으로 통합의 긍정적 효과를 주민에게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첫 출발이 이번 토론회인 셈이다.

학문의 접근 방법에는 원론과 각론이 있다. 비단 학문 뿐만이 아니라 사회 현안 해결에도 원론·각론적 접근을 통한 장·단점을 분석해야만 실익을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원론과 각론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행정통합의 원론적 접근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소멸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데 공감한다. 반면 통합 행정기관의 위치와 명칭은 어떻게 결정하고, 시·도의회 의원 정원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각론에는 다양한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 즉, 원론은 찬성하지만 각론에 이견이 많을 경우, ‘합의’라는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토론회 등 행정통합논의 과정에 경계해야 할 것은 ‘희망 고문’식 접근이다.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부산과 경남의 물 분쟁이나 지역개발 불균형 등이 한 순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일방적 낙관론을 경계하자는 입장이다. 뿌리가 같은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 완성을 위해선 토론과정에 원론·각론적 접근은 물론, 예견되는 각종 부작용도 공개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토대로 도출된 ‘실익’에 대한 주민 선택만이 통합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서산대사의 선시(禪詩) ‘눈길을 밟으며’가 생각난다. ‘눈 덮인 벌판을 지날 때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은 뒷사람의 길이 된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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