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올여름 최악의 폭염 온다는데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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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평양 수온 상승 슈퍼 엘니뇨 전망
부산 초여름 폭염 후 집중호우 가능성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 재난 우려


초여름 날씨를 보인 5월의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 김종진 기자 kjj1761@ 초여름 날씨를 보인 5월의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 김종진 기자 kjj1761@

올해 여름 전례 없는 폭염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데다 슈퍼 엘니뇨까지 겹쳐 폭염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5.5도를 기록하며 191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5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연일 40도를 넘어서는 ‘괴물 폭염’으로 엔데믹에 모처럼 동남아 여행에 나선 관광객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겪게 될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재난의 전주곡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수치모델로 예보했다는 우리나라 올해 7월의 일기예보 스크린 샷. 사흘간을 빼고 모두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수치모델로 예보했다는 우리나라 올해 7월의 일기예보 스크린 샷. 사흘간을 빼고 모두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돼 있다.

∎올해 7월 사흘 빼고 내내 비 온다?

올해 7월 우리나라는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린다는 비공식 일기예보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수치모델로 예측한 일기예보 ‘스크린 샷’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스크린 샷을 보면 7월 서울은 7, 20, 26일을 제외하고 전부 비가 온다. 심지어 8월도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비 예보다. 이에 대해 ‘노아의 대홍수냐’ ‘여름휴가는 어쩌나’ ‘우천으로 야구 경기 취소 줄 잇겠네’ ‘건조기 사야하나’ ‘축축하고 우울한 날 이어지겠네’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이다.

비공식 예보가 확산되자 기상청은 7월과 8월 내내 비 올 확률은 희박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치모델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예보를 위해서는 실시간 관측 자료가 필요한데 수치모델로만 예측한 값이 정확할 수 없다. 특히 현재의 과학기술로 언제 비가 올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최대 10일 정도고 그마저 열흘째는 확률이 50%로 떨어진다. 사흘까지는 시간 단위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로는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초기 미미했던 오차들이 시간이 지나면 커지기 때문에 한두 달 후의 날씨 예측은 정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반도 여름철 일기예보 더 까다롭다

시민들이 공식적으로 접하는 기상청 일기예보 생산은 관측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온, 풍속, 기압 등 기상 요소들을 육상, 해상에서 또 위성으로 실시간 관측해 자료를 수집한다. 수집된 자료는 기상정보통신망으로 모이는데 세계기상통신망을 통해 세계 각국 관측 자료도 수집된다. 이 자료들을 슈퍼컴퓨터가 수치모델로 분석해 내놓으면 전문 예보관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토론을 벌인 후 공식 예보를 발표하게 된다. 기상청은 2019년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개발해 2020년 4월 28일부터 일기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2022년 5월부터는 한국형 앙상블모델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6개의 모델로 구성된 다중앙상블모델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관측 값을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한 후 검증을 거쳐 예보하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 예보가 어려운 것은 계절적 특성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대기가 불안정하고 급변한다. 강렬한 햇빛에 가열된 공기가 빠르게 상승해 강한 소나기 구름을 형성하기도 하고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 배치도 빠르게 변한다. 한반도 동쪽 바다와 서쪽 대륙의 기압이 맞물려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 국토의 지형적 특성도 날씨 예측을 어렵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국지성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더해져 예보를 더욱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부산 내에서도 구·군 단위로 특정 지역에만 물폭탄이 떨어져 큰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 이를 포착해 예보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않다. ‘기상중계청’이라는 놀림을 받는 것도 대개 여름철이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지구 해수면 온도 분포. 왼쪽 엘니뇨 때는 동태평양 페루 앞바다에서부터 수온이 올라 붉은색으로 변했고 오른쪽 라니냐에서는 동태평양 수온이 내려가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지구 해수면 온도 분포. 왼쪽 엘니뇨 때는 동태평양 페루 앞바다에서부터 수온이 올라 붉은색으로 변했고 오른쪽 라니냐에서는 동태평양 수온이 내려가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다.

∎기상 이변 주범 엘니뇨와 라니냐

동태평양 적도 부근 바다는 평상시 서태평양 적도 부근 바다보다 수온이 8도 정도 낮다. 적도 부근에서 부는 무역풍에 의해 동쪽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동태평양 바다는 부족한 물을 깊은 해저로부터 채우게 되는데 이를 용승이라 한다. 용승 현상에 의해 동태평양 바다는 서태평양에 비해 낮은 수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질 때가 있는데 이를 엘니뇨라 한다. 무역풍이 약화돼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양이 적어지고 용승 현상도 줄어들 때 발생한다. 동태평양 수온이 평상시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라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류로 저기압이 만들어지면 해안선을 따라 비가 내려 페루와 에콰도르 해안 농사는 풍년이 드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예수님 탄생 후 풍년이 오기 때문에 아기 예수(남자 아이)를 뜻하는 엘니뇨라 이름 붙였다.

반대로 라니냐는 적도 부근 무역풍이 강하게 불면서 동태평양의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되면서 용승이 강화돼 동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미국의 연구자가 엘니뇨에 착안해 ‘여자 아이’를 뜻하는 라니냐로 이름 붙였다. 문제는 두 현상 모두 지구의 열 균형을 깨뜨려 각종 기후 재난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재난 규모는 라니냐에 비해 엘니뇨가 훨씬 크다.



때 이른 여름철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바닥 분수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때 이른 여름철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바닥 분수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 기상 재앙 몰고 오나

지구촌은 2020년 9월부터 3년간이나 라니냐를 겪었다. 라니냐가 2년 연속 지속되는 더블 딥 라니냐만 해도 이례적인데 3년 연속 지속되는 트리플 딥 라니냐가 온 것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일 정도의 이변이다. 지구촌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파키스탄이 기록적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재앙을 겪은 것도 라니냐 영향이다. 한반도 중부지방의 폭우와 남부지방의 마른장마도 그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라니냐가 소멸되고 해수면이 안정을 찾아가기도 전에 급격하게 엘니뇨로 전환하는 데 있다. 기상청은 6월부터 엘니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동태평양 수온이 더 급격하게 올랐다. 미국 해양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4월 초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21.1도를 돌파하면서 2016년 슈퍼 엘니뇨 시기 해수면 온도였던 21도를 이미 경신했다.

슈퍼 엘니뇨 전망이 나오면서 기후 학자 등을 중심으로 기상 이변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함유근 전남대 기후환경과학부 교수는 “올해 여름 한반도에서 상당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록적 폭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대 엘니뇨와 슈퍼 엘니뇨 당시 관측 자료를 분석해 보면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방은 초여름 급격한 기온 상승과 7~9월 사이 많은 비가 쏟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엘니뇨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비구름이 여름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슈퍼 엘니뇨 시기에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부산기상청 원덕진 기후서비스과장은 “현재까지의 3개월 단위 장기예보를 보면 올여름 부산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날씨를 좌우하는 기상 요소가 너무 많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힘들다. 엘니뇨와 라니냐도 여러 기상 요소와 결합해 다양한 양상으로 날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날씨를 장기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올해는 여러 강력한 변수들이 겹치고 있어 유례없는 기상이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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