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식하고 운동하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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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노화학자 유병팔 교수 건강 팁

93세에도 10시간 장거리 비행 거뜬
50년째 절식·운동으로 건강 유지
칼로리 제한… 산화 스트레스 줄여
운동하면 신경세포 영양인자 분비
뇌에 독성 단백질 축적되면 치매
독서·신문읽기 등 뇌 건강에 도움

올해 93세인 유병팔 교수는 채식 위주로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부산대 약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정도로 학문적 열정이 여전하다. 올해 93세인 유병팔 교수는 채식 위주로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부산대 약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정도로 학문적 열정이 여전하다.

올해 한국 나이로 93세다. 50년 가까이 채식 위주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걷기를 즐기고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고령이지만 미국에서 한국까지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에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다.

“절식과 운동을 잘 실천하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저 스스로가 실험 대상이 되어 그것이 옳다는 것을 검증해 보이고 싶다.”

유병팔 교수는 세계적인 노화 학자다. 미국노년학회 회장, 미국노화학회 생물학분야 회장을 역임했으며 부산대 1호 석좌교수다. 노화를 늦추는 2가지 핵심 키워드로 ‘식이 조절’과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소식으로 칼로리를 제한하는 절식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노화에 작동하는가.

“메커니즘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항노화 방법보다 효과가 월등하다. 동물실험뿐만아니라 원숭이와 사람에게도 절식의 효과는 모두 나타난다. 누가 실험하더라도 결과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절식이 인간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나.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도 절식이다. 칼로리를 제한하면 반드시 효과가 나타난다. 저도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아직까지 건강하게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 절식의 효과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다.”

-절식이 노화를 늦추는 데 왜 좋나.

“노화로 인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데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질병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호흡과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 산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산화 스트레스를 제일 잘 통제하는 것이 절식이다. 질병은 염증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데 염증 역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면 해결되기 때문에 절식이 중요한 것이다.”


부산대 캠퍼스를 산책하고 있는 유 교수. 부산대 캠퍼스를 산책하고 있는 유 교수.

-효과를 얻으려면 칼로리는 얼마나 줄여야 하나.

“평소 먹는 식사량에서 15% 정도를 줄이면 된다. 물론 효과를 더 보려면 조금 더 줄일 수도 있다.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는데 줄인 만큼 효과는 크다. 하루에 두 끼만 먹는 것도 좋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본인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칼로리를 줄이려면 채소를 충분히 먹고 무설탕 아이스크림이나 기름이 적은 마요네즈 등 저칼로리 음식을 골라 먹는 것도 도움이 되나.

“그렇다. 음식 선택을 슬기롭게 해야 한다. 칼로리가 제일 많은 것이 기름인데 삼겹살은 기름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같은 1g이라도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칼로리가 배 이상 많다.”

-절식과 함께 중요한 것이 운동이라고 강조하는데, 운동이 노화 방지에 어떤 영향 미치나.

“몸을 움직이면 우선 혈액 순환이 좋아지는 게 제일 큰 효과다. 혈액 순환이 되면서 몸속의 찌꺼기가 빠지고 세포 파괴를 막아 준다. 그리고 운동 과정에서 뇌의 신경세포 영양인자(BDNF)를 분비시켜 준다. 이로 인해 인지력과 뇌의 건강이 좋아진다.”

-운동이 좋지만 마라토너처럼 운동량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산화 스트레스로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인데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중요한 지적이다. 운동량 강도는 개인차가 있는데 본인 스스로 맥박으로 체크할 수 있다. 정상 맥박의 70% 이상 올라가면 거기서 끝내면 좋다. 맥박이 1분에 100회 뛰는 사람이라면 170회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

-절식과 운동을 제대로 하면 125세까지 살 수 있다는 건가.

“현재 기록으로 세계 최장수가 122세이기 때문에 125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기록보다 3년 더 오래 사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다. 저는 지금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왜 내가 죽어야 하는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교수님이 출간한 책에 보면 근육은 30대부터 노화가 시작되고, 눈은 40세, 머리털은 50세, 간장은 70세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런데 뇌는 더 빠르게 20세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뇌는 산소가 많이 필요해서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다른 조직에 비해 지방이 많아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도 부족하다. 그리고 신호 전달에 많이 쓰이는 사이토카인을 뇌세포들이 계속 만들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처럼 뇌가 나쁜 조건을 갖고 있어 다른 장기에 비해 노화가 제일 먼저 일어나는 것이다.”

-흔히 치매라고 하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축적 현상이 나타나는데 왜 그런가.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생성은 많이 되고 제거는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축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두뇌 청소 기능을 하는 그림패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그림패틱 시스템은 수면 때 잘 작동하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

-파킨슨병은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발병하는데 이것도 치매와 비슷한 메커니즘인가.

“그렇다. 독성 단백질의 축적으로 뇌세포가 망가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파킨슨병도 치매와 비슷하다.”

-매일 독서를 한다거나 신문을 읽으면 치매가 예방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사실이다. 뇌의 신경 전달이 잘 되려면 고속도로 기능을 잘 살려 놓아야 한다. 뇌를 많이 쓰면 이것은 필요한 회선이라고 생각하고 고속도로를 유지하고 보관한다. 하지만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고속도로인 줄 알고 잘라 버려 유해 물질이 된다. 그래서 뇌건강을 위해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운동을 하고, 독서도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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