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5월에도 만리장성 못 넘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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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 신규 수주 3개월 연속 세계 2위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선별 수주 탓
주력 선종 수요 강세 덕분에 전망은 밝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DB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DB

한국 조선이 5월 수주에서도 중국에 밀렸다. 3, 4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세계 2위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6만 CGT(79척)다.

이 중 70%에 가까운 넘는 141만 CGT(52척)를 중국이 쓸어 담았다. 한국은 51만 CGT(17척, 25%)에 그쳤다. 일본은 3만 CGT(3척, 2%)다.

전반적으로 신조선 발주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전월 대비 30%,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1~5월 누계치를 봐도 2021년 2636만 CGT(1071척)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2144만 CGT(798척)에서 올해 1373만 CGT(502척)로 반 토막 났다.

남은 일감도 계속 줄고 있다. 5월 말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19만 CGT 감소한 1억 1286만 CGT(3873척)다.

중국과 한국이 각각 5113만 CGT(2013척, 45%), 3910만 CGT(729척, 35%), 중국 5,113만CGT(45%)로 양분하고 있다.

CGT(표준선환산톤수)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한국 조선의 주력 제품인 LNG 운반선, LNG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친환경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이를 시장 점유율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2.7배나 많은 물량을 수주하고도 정작 점유율에선 단 10%P 우위에 그친 이유다.

게다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빅3은 일찌감치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작년 하반기부터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고부가 선종을 선별해 수주하는 방식이다.

당장은 약세지만 전망은 밝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크기 컨테이너선.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크기 컨테이너선. 부산일보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LNG 수급 불안이 세계적인 LNG 증산 추세로 이어지고 있어 LNG 운반선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클락슨리서치는 2030년 LNG 예상 물동량을 애초 5.8억t에서 6.3억t으로 상향했다.

덕분에 올해만 약 70척, 이후 2032년까지 연평균 60척의 LNG 운반선 발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색된 발주 시장과 달리 선박 가격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5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70.1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10.03P 상승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33.96P 급등한 수치다.

특히 LNG 운반선은 5월 말 기준 척당 2억 5900만 달러, 지금 환율로 우리 돈 3400억 원에 육박했다.

2021년 2월 1억 8750만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2년 사이 30% 이상 급등했다.

또 다른 주력 선종인 2만 4,000TEU급 대형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 선가 역시 2억 2250만 달러, 1억 2600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수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LNG, 친환경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엔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빅3 모두 3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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