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작은 마녀’로 스팀 1위, 부산 인디게임 회사의 반란 [Up! 부산 스타트업]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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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주)써니사이드업

대학생 3명 의기투합 창업으로
1억 3000만 원 펀딩 화제 모아
사전 출시로 글로벌 반응도 호평
PC·콘솔 게임 조만간 출시 예정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글로벌게임센터 내 써니사이드업 본사에서 조경래 이사, 정가람 이사, 박은현 대표(왼쪽부터)가 ‘숲속의 작은 마녀’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글로벌게임센터 내 써니사이드업 본사에서 조경래 이사, 정가람 이사, 박은현 대표(왼쪽부터)가 ‘숲속의 작은 마녀’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부산은 지스타(국제게임전시회)가 열리는 도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매년 11월에는 부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스타의 성공으로 부산에서도 게임기업을 키워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포코팡’(트리노드), ‘무한의 계단’(엔플라이스튜디오)이다.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 화제가 된 이들 기업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큰 부산 게임기업이 나왔다. ‘숲속의 작은 마녀’ 출시를 준비 중인 (주)써니사이드업이다.

■비전공자 3명이 모여 창업

써니사이드업의 출발은 다른 기업과는 조금 다르다. 개발자 출신도 아닌 동갑내기 3명이 단지 게임이 좋아서 힘을 모았다. 써니사이드업의 전신은 알레아게임즈다. 현재 써니사이드업에서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정가람(33), 조경래(33) 이사가 먼저 맨땅에 헤딩하듯 게임회사를 세웠다. 사상구의 작은 원룸에서 동고동락하며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정 이사는 “처음부터 게임 개발을 독학했고 전공은 반도체공학이지만 전공에 상관없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전공은 국문과지만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게임을 좋아해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하고 게임 개발을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7년께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하면서 회사 이름을 써니사이드업으로 바꿨다. 조 이사는 “계란 프라이를 보통 써니사이드업이라고 하는데 해가 떠오른다는 의미가 있으니 게임회사에 딱 맞는 의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기 박은현(33) 대표가 합류했다. 가장 늦게 회사에 들어왔지만 대표라는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는 동의에 따라 대표이사가 됐다. 박 대표는 “나 역시도 대학에서 중국어와 영어를 복수 전공했고, 작곡이나 보컬 공부를 한창 하던 터라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하지만 게임은 늘 좋아했고 관심도 있었는데 마침 친한 친구인 가람이가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것을 보고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써니사이드업은 2020년 8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회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매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고, 1명 있는 아티스트(디자이너)의 월급을 주기 위해 다들 ‘투잡’을 뛰었다.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면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전 세계 판매 깜짝 1위 화제

써니사이드업이 개발한 사실상의 첫 게임인 ‘숲속의 작은 마녀’는 판타지 세상에서 마녀가 되어 마녀의 일상을 체험하자는 주제로 만든 PC 게임이다. 자본력이 없는 인디게임 회사인 만큼 게임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의 힘을 빌렸다. 2020년 7월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개발 중인 ‘숲속의 작은 마녀’를 공개했다.

정 이사는 “당시 비디오게임 카테고리에서 1등을 했는데 4000명 이상의 후원자에게서 1억 3000만 원의 모금을 해서 화제가 됐다”며 “기획서만이 아니라 미리 플레이해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물론 당시 불안정하게 만들어진 상태라 나중에 다 갈아엎으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실제 게임 이용자에게 평가를 받아볼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텀블벅에서 목표액인 10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모았을 때는 살았다고 생각했다”면서 “기쁜 마음보다는 직원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겠다는 안도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지난해 5월 또 한 번 주목받았다.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만 10억 명이 넘는 PC 디지털 게임 마켓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 분야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얼리 액세스’(사전 출시)는 개발 중인 게임을 소비자가 미리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마니아에게 인기다.

출시 직후 10만 장을 팔았고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25만 장이다. 약 2만 원에 판매했으니, 단순 매출로 계산하면 5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좋은 게임 만드는 회사로

써니사이드업은 창업 단계부터 당시 인기 있던 모바일 게임이 아닌 PC·콘솔 게임에 집중했다. 박 대표는 “셋 다 PC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자본력이 있고 막강한 IP(지식 재산권) 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에게 더 유리한 시장이라는 판단도 있었다”고 전했다.

창업자 3명과 직원 1명의 아주 작은 회사가 지금은 13명의 직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직원 중 절반에 가까운 6명이 부산이 아닌 타지 출신으로, ‘숲속의 작은 마녀’를 함께 개발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써니사이드업에 합류했다.

‘숲속의 작은 마녀’로 지난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2 부산 콘텐츠 써밋&링크 어워즈’에서 게임 부문 올해의 콘텐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내년께 정식 출시할 계획으로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콘솔 판 역시 준비 중이다.

써니사이드업은 앞으로 인디게임 회사에서 벗어나 주요 게임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경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15~2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경쟁사들처럼 좋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독학으로 게임을 개발했다고 하면 우리 스스로가 잘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면서 “먼저 게임산업을 경험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준 멘토도 있었고 부산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중소기업청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부산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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