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꾸로 가는 문화행정, 금정구 부끄럽지 않나
32년 전기사업자 금정문화회관장 내정
선거 캠프 출신 보은 인사 잡음 무성
부산 금정문화회관 관장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구청장 선거 캠프 출신 인물을 기용하는 낙하산식 보은 인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정구청은 신임 금정문화회관 관장(개방형)으로 32년간 전기 사업체를 운영한 전직 구의원 출신을 앉힐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형 관장 예정자는 금정구의원 시절에도 문화 행정보다는 시설·시공·환경·안전관리 발언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작가협회 회원 경력 외에는 예술 분야에서 이렇다 할 전문성이나 식견을 찾아보기 힘들어 적임자라고 보긴 어렵다. 어떻게 공모 과정에서 상당한 문화예술 경력을 쌓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듣기 민망하지만, ‘같은 국민의힘 소속 현 구청장 선거 운동을 도왔다’ ‘특정 국회의원이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온갖 잡음이 일고 있다고 한다. 부산 예술계에서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면서, 개방형 공모제가 보은 인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무엇보다 부산 금정문화회관이 2019년 전문예술경영인 체제를 표방하면서 부산 기초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임기제 관장 제도를 도입한 노력이 무위로 끝날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 경기 대구 등 다른 시도에서는 공연 문화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분야 전문가를 개방형 수장으로 임명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
물론 선거 캠프 출신이라서 모든 인사에서 무조건 배제하라는 말은 아니다.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지역 문화예술을 창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할 만하다. 그 전제가 예술 경영 마인드와 전문성,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췄냐이다. 하지만, 평생을 전기사업자로서 지낸 그가 예술과 예술 행정의 특수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케스트라나 무용 공연 기획 경험조차 없는 상황에서 지역 문화 예술의 창달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부산의 기초지자체 문화회관은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대표적 거점이다. 부산을 품격 높은 도시로 가꾸는 생활 속 문화 공간으로, 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이다. 어느 구청장이나 국회의원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문화의 전문성을 가지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단순히 일개 구청의 문화회관 인사라며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주민의 문화행복지수를 끌어 올리는 데 매진해야 할 구청장이 캠프 챙기기에 몰두한다면 품격 있는 문화 도시는 불가능해진다. 이런 인사 파문은 지역 정치권과 행정에 대한 실망만 쌓이게 된다. 부산의 문화 정책을 선도하던 금정구의 위상을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