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가 7kg…‘가을이 학대살해’ 친모 징역 35년(종합)
6개월간 하루 한 끼 분유에다 밥 말아 줘
“배고파요 밥 주세요” 칭얼댄다며 폭행
학대로 사시 판정 받았으나 방치·실명
흙 묻은 당근 등 몰래 먹다 또 학대
“동거녀의 바운더리 벗어나지 못해
개인 선택에 의한 범행 보기는 어려워”
동거녀 부부, 학대 방조 등 혐의로 재판 중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지난해 12월 목숨을 잃은 가을이(2018년생·가명). 사진 속 모습은 친모에 대한 동거녀의 성매매 가스라이팅이나 친모의 학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네 살에 세상을 떠난 가을이는 사망 당시 7kg이 되지 않을 정도로 영양결핍에 시달렸다. 부산일보 DB
친딸에게 하루 한 끼 분유를 탄 물에 밥을 말아 먹여 4세 여아의 몸무게가 7kg에 불과할 정도로 학대하고, “배고파요 엄마 밥 주세요”라며 칭얼댄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폭행해 끝내 딸을 사망하게 만든 20대 친모가 징역 35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30일 오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5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께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친딸인 가을이의 얼굴과 몸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가을이 사망 당일 가을이가 침대에서 과자를 몰래 먹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수차례 폭행했고, 아이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가 침대 프레임과 부딪혔다. 이후로도 아이가 “엄마 밥주세요. 배고파요”라고 칭얼댄다는 이유로 가을이를 바닥에 눕혀놓고 눈 부위 등을 폭행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가을이가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으나 A 씨는 핫팩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가을이는 이날 오후 6시께 목숨을 잃었다. 사망 당시 가을이는 키 87cm에 몸무게 7kg으로 같은 나이대 평균치(키 104.6cm, 몸무게 17.1kg)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7kg이라는 몸무게는 생후 4~6개월가량의 여아 평균치다.
이에 앞서 A 씨는 2021년 11월 가을이가 놀고 있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팔을 휘둘러 가을이의 눈을 다치게 했고, 이 때문에 사시 증세를 보이게 됐다. 병원에서 시신경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A 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가을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결국 가을이는 사물의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돼 사망 몇개월 전부터는 사실상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A 씨는 동거녀인 B 씨 부부 등과 함께 가을이 사망 5일 전인 지난해 12월 9일에도 가을이를 홀로 집에 남겨두고 외식 등을 즐겼다. A 씨와 B 씨 부부, B 씨 부부의 자녀 등 5명은 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고,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에 놓인 가을이는 홀로 그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다.
지난 20일 오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가을이 사건' 친모와 동거인에 대해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는 아이에게 A 씨는 2022년 6~12월 분유를 탄 물에 밥을 말아 하루 한 끼 정도만 줬다. 가을이는 어른들이 먹다 남긴 아귀찜이나 흙 묻은 당근·감자, 사탕 20개 등을 어른들 몰래 먹었지만 A 씨와 B 씨는 그런 가을이에게 ‘버릇이 나쁘다’며 훈육을 가장한 학대를 일삼았다.
가을이의 부검 감정서를 보면 가을이의 양쪽 갈비뼈에서는 골절이 발견됐지만,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부검 감정서는 ‘가을이의 사인은 머리 손상으로 추정되며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가 사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고려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가을이는 사망 당일 폭행으로 인해 바로 사망하지는 않았으며, 추측컨대 오랜기간 지속돼 온 피고인의 학대로 가을이의 몸은 더 이상 상처를 이겨낼 힘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대로 두면 결국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을이는 부산에 온 처음 몇 달간은 어린이집에 다녔으나 몸에 든 멍을 의심하는 원장 탓에 A 씨는 더 이상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다”며 “가을이 사망 최소 6개월 전에는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지 않았는데 일련의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 엄마의 이기심 때문에 피해 아동은 엄마로부터 보호받을 마지막 기회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며 “집안에 갇혀 햇빛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고 엄마의 분풀이 대상이 되어 죽어간 피해 아동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남편의 학대를 피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동거녀인 B 씨를 만나, B 씨를 롤모델로 삼으면서 도시 생활을 했던 피고인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전적으로 A 씨 개인의 선택에 의한 범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B 씨의 ‘바운더리’를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라며 “불우한 성장 환경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쉽게 의존하는 A 씨의 성격 등이 결합돼 나타난 결과라고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동거녀인 B 씨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받아 1년여 간 2400여 회의 성매매를 했고, 1억 2000여 만원의 성매매 대금 전부를 B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B 씨로부터 정신적 지배상태에 놓여 당시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으며, B 씨 역시 아동학대와 살해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뒤늦게 주장했다.
30일 오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가 ‘가을이 사건’ 선고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준영 기자
현재 B 씨와 B 씨의 남편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방조, 성매매 강요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공판 직후 “재판부가 다른 아동학대살해 등 범죄에 비해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피해 아동의 입장을 충분히 어루만졌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법으로는 ‘보호자’가 아닌 성인에 대해 아동학대 특례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을이 사건과 관련한 동거녀 부부의 경우 A 씨가 성매매를 하러 나가면 가을이를 돌보는 실제적인 보호자 위치에 있었기에 마찬가지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